[미디어펜=김영진 기자] "호텔 판매 가격은 호텔에서 자체적으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걸 가지고 이렇다저렇다 말하는 것은 아닌 거 같은데요."
롯데호텔이 지난달 24일 미국 시애틀 오픈한 '롯데호텔 시애틀'의 가격이 주변 호텔보다 너무나 높게 책정되어 있어 롯데호텔 홍보팀장에 질의했을 때 돌아온 답변이다.
'롯데호텔 시애틀'은 시애틀 주요 4, 5성급 호텔 중 두 번째로 비싼 호텔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호텔 예약 플랫폼인 아고다에서 10월 30일 기준 시애틀 4, 5성급 호텔을 조회해보면 포시즌스호텔이 100만원대, 롯데호텔이 40만원대였다. 페어몬트가 25만원대, 그랜드하얏트가 21만원대, 웨스틴이 19만원에 판매되는 것과 비교해 롯데호텔은 너무나 높게 책정돼 있었다.
롯데호텔 측에 롯데호텔 시애틀이 럭셔리 호텔인가 물어봤더니 "럭셔리 호텔은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럼 롯데호텔 시애틀은 왜 이리 비싼 가격을 책정해 놓은 것일까.
기자는 수년 전 시애틀 여행을 준비하며 현지 호텔을 리서치할 기회가 있었다. 미국 북서부에 위치한 시애틀은 아마존, 스타벅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의 본사가 자리잡고 있는 도시이다.
그러나 인근의 샌프란시스코와 LA 등에 비해서는 작은 도시이다. 특히 시애틀 날씨는 관광객과 비즈니스 수요를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는 도시였다.
시애틀 날씨는 평균 여름철 4개월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가 내리고 햇빛을 거의 볼 수 없다. 시애틀에서 스타벅스가 생겨나고 커피 문화가 발달한 것도 날씨 영향이 커 보였다.
호텔들도 여름 4개월은 가격을 높게 받지만, 그 외 기간에는 10만~20만원대의 5성급 호텔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시애틀은 럭셔리 호텔이 거의 없다. 리츠칼튼, 파크하얏트 등도 시애틀에는 아직 없다. 포시즌스호텔 시애틀이 시애틀 아트 뮤지엄 인근 최고의 위치를 점하며, 시애틀의 최고 럭셔리 호텔로 자리 잡고 있었다.
롯데호텔 공식 어플에서는 롯데호텔 시애틀을 11월 비수기에도 50만원대에 판매한다고 올려놨다./사진=롯데호텔 어플 캡쳐
그 외에 W, 웨스틴, 쉐라톤, 그랜드 하얏트 등이 4, 5성급 호텔로 20~30만원대에 판매하고 있었다. 시애틀을 여행하며 호텔 가격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아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왜 롯데호텔은 시애틀에 이리 고가 정책을 펼치는 것일까. 신규 호텔이어서 그런가. 심지어 롯데호텔 시애틀은 겨울철 비수기에도 40만원대에 판매하고 있었다.
과연 롯데호텔에는 레비뉴매니저(호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객실 및 서비스의 예약률을 예측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과 예약률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일)가 있기는 한 걸까?
롯데호텔 측은 현지에도 레비뉴매니저가 있고 서울 본사에도 레비뉴매니저가 있다고 답했다. 레비뉴매니저가 있는데, 성수기와 비성수기 상관없이, 현지 날씨 고려 없이 비슷한 가격을 유지하는 것일까.
코로나19와 미국 서부지역 산불로 시애틀 지역도 큰 피해를 보고 있어 정상 영업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오픈을 한 이상 호텔의 기본적인 것은 해야 하지 않을까? 해외에 호텔만 오픈한다고 글로벌 호텔이 되는 건 아니지 않을까? 참 알 수 없는 롯데호텔이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