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은 기자]포스코건설이 해외 신시장 개척을 위해 진출했던 동남아시아 지역의 법인에서 손실이 계속되고 있다. 해외 매출액의 80% 이상이 동남아시아에서 나올 만큼 중요한 시장이지만, 적자가 이어지고 투자금 전액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하는 법인도 늘어났다.
26일 미디어펜이 포스코건설의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6년부터 지난해 9월말까지 베트남·인도네시아·미얀마·태국·필리핀 등 동남아 법인의 순손실 규모는 2060억원으로 집계됐다. 베트남 법인(POSCO E&C Vietnam)은 6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으며, 인도네시아 법인(PT POSCO E&C Indonesia)의 순손실 규모도 667억원에 달했다. 태국 법인(POSCO Engineering Thailand)과 필리핀 법인(Ventanas Philippines Construction)도 각각 346억원, 46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미얀마 법인(Myanmar POSCO E&C)만 6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동남아 법인 당기순손익./자료=포스코건설 사업보고서
포스코건설은 2010년대 초반부터 동남아시아를 주력 시장 가운데 하나로 설정하고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특히 베트남을 거점으로 미얀마, 인도네시아, 태국 등 인근 국가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활동무대를 넓혔다.
베트남 법인은 1995년 설립돼 베트남 투자사업을 지원하고 동남아 건설시장 진출거점을 확보하는 데 활용됐다. 포스코건설은 베트남에서 노이바이~라오까이 고속도로, 포모사 하띤 복합철강단지, 베트남 최초 LSP 석유화학단지 조성공사 등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러면서 2013년 3633억원, 2014년 4935억원, 2015년 3157억원의 매출액을 올리고 2012년 143억원, 2013년 254억원, 2014년 14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그러나 2016년 11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 6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고 있다. 매출액도 2017년 657억원, 2019년 479억원, 지난해 281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포스코건설은 베트남 법인에 2012년 112억원을 마지막으로 총 238억원을 지분투자했다. 2012년 이후 신규 지분투자는 중단됐으며 2018년부터는 손상차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2018년 97억원 손상차손 인식을 시작으로 2019년에는 127억원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지난해 남은 장부가액 14억원 마저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인도네시아 법인은 2010년 포스코의 크라카타우포스코 일관제철소 프로젝트를 위해 설립됐다. 2012년 203억원, 2013년 151억원, 2014년 7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제철소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2015년 적자로 돌아섰다. 이후 포스코건설이 포스코엔지니어링을 흡수합병하면서 포스코엔지니어링의 인도네시아 법인(PT PEN Indonesia)은 2018년 포스코건설의 인도네시아 법인에 흡수합병됐다.
인도네시아 법인은 크라카타우포스코 일관제철소 준공 이후 신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면서 2016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1733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오히려 손실 규모는 확대됐다. 최근 6년간 인도네시아 법인의 순손실 규모는 689억원에 달한다. 포스코건설은 인도네시아 법인의 손실을 메꾸기 위해 2019년 219억원을 추가로 투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포스코건설은 인도네시아 법인의 남아있는 9억원 전액을 지난해 손상차손으로 인식했으며, 인도네시아 법인에 나간 대여금 196억원도 전액 대손충당금으로 쌓았다.
미얀마에는 2013년 포스코대우의 롯데호텔양곤 건설사업에 참여하면서 포스코건설이 처음으로 진출했다. 해당 프로젝트를 위해 포스코건설은 포스코인터내셔널, 호텔롯데와 함께 컨소시엄 법인(Daewoo Global Development)과 시공을 담당하는 미얀마 법인(Myanmar POSCO E&C)을 설립했다. 미얀마 법인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1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2019년부터 적자로 돌아선 상태다. 호텔이 준공되면서 추가 매출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컨소시엄 법인에는 포스코건설이 228억원을 지분투자했지만, 2018년 157억원, 2019년 27억원을 손상차손 처리하고 지난해 남은 43억원까지 전액 손상처리했다.
필리핀의 경우 2015년 마신록 화력발전 프로젝트를 위해 필리핀 법인(Ventanas Philippines Construction Inc.)을 설립했다. 설립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 2821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34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19년에만 436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포스코건설은 2019년 필리핀 법인에 지분투자로 605억원을 투입했지만 그해 전액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태국에서는 2017년 포스코엔지니어링을 흡수합병하면서 포스코엔지니어링의 태국 법인(POSCO Engineering Thailand)도 취득했다. 포스코엔지니어링 태국 법인은 취득 전인 2015년 170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2016년 364억원 순익을 냈지만 2017년부터 다시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2017~2018년 463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순손실 규모는 168억원으로 집계됐다. 태국 법인에 나간 대여금 457억원도 모두 대손처리돼 있다. 2019년 매출액이 8억원으로 줄어들고 지난해 매출은 발생하지 않으면서 태국에서의 사업은 정리되는 모습이다.
동남아 시장은 포스코건설의 해외 사업 가운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해외 매출액 가운데 동남아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16.6%에서 2018년 50.3%, 2019년 71.4%, 지난해 9월말 기준 87.1%까지 높아졌다.
포스코건설 매출액./자료=포스코건설 사업보고서
그러나 포스코건설의 동남아시아 매출은 2010년대에 들어 하락세를 보였다. 동남아 지역에서의 별도 기준 매출액은 2011년 2921억원, 2012년 1조1398억원, 2013년 4897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4년 2779억원, 2015년 1922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도 2015년 적자전환했다. 포스코건설은 동남아에서 2012년 671억원, 2013년 289억원, 2014년 16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2015년 321억원, 2016년 40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해외 매출액 감소는 동남아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포스코건설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해외에서 매년 1조5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지만, 2016년 9468억원, 2018년 5958억원, 지난해 9월까지 3678억원으로 줄었다. 토목부문의 해외 계약 잔액은 2011년 1조1258억원에서 2016년 3620억원까지 감소했다. 이후 2018년 5366억원, 지난해 9월말 9453억원으로 최근에 회복세를 그리고 있다. 플랜트 부문은 해외 계약 잔액이 2015년 10조9199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9월말 2조8666억원까지 축소됐다. 그러면서 포스코건설의 국내시장에 대한 의존도는 92.1%까지 높아졌다. 다행히 최근 들어 동남아 시장에서의 매출액은 2019년 3336억원, 지난해 9월까지 3678억원으로 회복세를 그리고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해외 매출이 줄어든 것은 포스코건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건설사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해외 상황이 더 어려워진 면도 있다”며 “해외 법인의 경우 그 나라의 법규에 따라 프로젝트별로 신설하고, 해당 프로젝트가 끝나면 청산하는 방향으로 운영하고 있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사업이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동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