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슈틸리케호, 선취 실점 없는 경기운영이 승리 견인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축구에서 가장 어려운 경기는 무엇일까. 이기려는 팀보다 비기려는 팀과의 경기가 가장 어렵다. 역대 아시안컵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는 한국 대표팀의 안타까운 경기운영력도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우리와 경기를 치르는 아시아 팀들은 집요하게 우리의 이같은 약점을 노렸다. 수비에 치중하다가 개인기를 통한 속공으로 골문을 열지 못한 한국 대표팀에게 한방 쐐기포로 좌절하게 만들었다.
▲ 10일 오후(현지시각)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오만의 경기에서 한국 조영철이 전반 첫 골을 넣고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뉴시스 |
특히 모래바람을 일으키는 중동의 '침대축구'에 매우 약한 모습을 보였다. 잠시 집중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기습적인 공격에 의한 실점은 치명타였다. 중동의 침대축구가 언제나 우리를 조롱했다. 한국축구는 허둥대다 함정에 빠지곤 했다. 중동의 침대축구는 악질로 유명했다. 상대를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헐리우드 액션에 속수무책이었다. 경기가 아니라 추태였다.
하지만 진 자는 말이 없다. 축구는 결과로 말한다. 언제든지 FIFA 순위 100위권의 나라가 10위권을 이길 수 있는 것이 축구다. 상대성이 짙은 탓에 언제라도 긴장을 늦추지 말고 상대를 얕봐서는 안된다.
아무리 약체더라도 한국 슈틸리케 호의 플레이를 계속해야 한다. 상대팀이 어렵게 만들면 경기를 쉽게 만들 수 있다. 상대가 자신들의 축구를 할 수 없도록 공간을 만들어주지 않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때 10일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 호주 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 첫 경기 오만전은 더할 나위 없었다. 물론 후반 30분 이후 오만에게 우리 진영을 내주며 위기를 맞은 상황도 벌어졌지만 무난했다.
특히 4-2-3-1 전술을 갖춘 한국 팀은 조용철(카타르SC)을 원톱에, 2선에는 손흥민(레버쿠젠), 구자철(마인츠), 이청룡(볼튼)이 창과 방패 역할을 하며 오만의 플레이를 마비시키는 역할을 했다. 특히 공격과 수비의 가교역할을 했던 기성용과 박주호의 역할이 빛났다.
이 둘은 공수 간격을 유지하면서 오만 공격의 흐름을 깼으며 활발한 활동력을 보여줬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볼 배급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울 정도였다. 다행히 전반 막판에 조용철의 선취점으로 이끌려가지 않는 축구를 선보이며 우리의 경기를 한 것이 승리에 주요했다.
오만 수비의 뒷 공간을 파고드는 절묘한 롱패스와 한박자 빠른 원스톱 패스, 좌우 윙백들의 빠른 발을 이용한 공격본능도 돋보였다. 전후반을 통틀어 두개의 장면이 인상 깊었다. 상대가 아무리 많더라도 좌우 공간침투에 의한 위협적인 패싱게임은 언제라도 수비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긴 패스와 짧은 패스의 적절한 배합으로 경기력을 우리쪽으로 가져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물론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 순간도 있었다. 후반 35분 이후부터 오만의 흐름이 이어졌다. 우리 진영 중앙에서부터 시작되는 오만의 플레이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압박이 허술했다. 2선에 위치한 박주호와 기성룡의 공간확보는 현저히 떨어졌고 사이드로 펼지는 오만 윙백들을 체크하지 못한채 센터링 시도를 내주는 장면은 아쉬웠다. 골기퍼의 선방이 없었다면 동점 상황까지 갈 수 있는 처지였다. 체력이 급격히 떨어질수록 후반 실점 기회를 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기 끝까지 유지하는 집중력과 정신력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
더욱 첫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부상으로 선수교체가 걱정이다. 김창수는 전반 17분께 오만 선수와 부딪혀 곧바로 차두리와 교체됐다. 후반 30분경에는 이청룡이 상대 발과 부딪히며 들 것에 실려 교체됐다. 이제 한 게임이 끝난 상황에서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물론 한국 대표팀의 최고의 경기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최선의 경기라고 인정하고 싶다. 첫술에 배부르랴. 한 경기 두 경기 경기를 치르면서 우리 색깔의 경기력을 끌어올린다면 아시안컵의 정상은 시나브로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