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1분기 국내 자동차산업이 생산·내수·수출 모두 늘면서 '트리풀 증가'를 달성했음에도, 큰 폭으로 증가추세를 유지하고 있는 수입자동차에 그 의미가 퇴색되는 모양새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분기 자동차산업은 ▲전년 동기 대비 생산 12.2% ▲내수 11.3% ▲수출 16.9%가 증가했다.
이 중 내수는 역대 1분기 중 최고 판매대수를 기록했고, 수출금액은 3번째 기록이다.
특히 친환경차 수출은 역대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전체 자동차 내 판매비중 역시 15.9%로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내수와 수출 판매 증가와 함께, 생산 역시 12.2% 증가한 90만 8823대로, 중국을 제외한 주요국 대비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였다.
또한 스포츠형 다목적 차량(SUV)의 판매 증가가 호조를 견인하면서, 국내 판매량은 '그랜저'가 2만 5861대로 1분기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1위를 차지하는 등, 상위 5위까지 모두 국산차가 차지하며, 8.2% 증가한 35만 6651대가 팔렸다.
하지만 이러한 국산차 판매 선전과 함께, 외제차 판매량은 더욱 늘었다. 독일·미국·스웨덴계 브랜드를 위주로, 7만 6698대가 팔리면서 28.6% 증가한 수치를 나타냈다.
즉, 1분기 국내 도로 위에 첫 주행을 하는 자동차는 국산차 5대에 수입차 1대 꼴인 셈이다.
2021년 1분기 최고의 국내 판매실적을 올린 현대 더뉴그랜저./사진=미디어펜
수출액 대비 수입 증가액 역시 차이가 크다. 1분기 국산차 수출액은 119억 2000만 달러인 반면, 수입은 약 31억 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억 1000만 달러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이번 1분기 수입차 판매 수치는 집계 이후 최대 판매량이다. 특히 1월 2만 2321대, 2월 2만 2290대, 3월 2만 7297대 등 달이 지날수록 최다 판매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량 증가는 정부가 개별소비세를 30% 인하함과 동시에 한도를 설정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벤츠'를 위시한 고급 수입 브랜드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측면이 있었다는 해석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오는 6월까지 개별소비세 30% 감면을 연장함과 함께, 인하액 한도를 100만원으로 설정해, 고급 수입차의 이점이 크지 않은 상황임에도, 큰 폭의 판매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국내 시장에서 수입자동차 브랜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친환경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금보다 더 수입차의 국내 수요가 늘 것”이라고 전망을 내놨다.
실제로 이러한 판매 증가율의 차이는 친환경자동차에선 더욱 크게 나타났다.
1분기 국산차 판매는 하이브리드차(85.6% 증가)를 선두로 전기차(35% 증가), 수소차(33.7% 증가) 등 69.7% 늘어난 4만 4928대의 판매를 기록했고, 수입차는 하이브리드(294% 증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424.5% 증가)를 중심으로 148.1% 많아진 5887대의 판매를 올렸다.
국내 자동차 업체가 다양한 종류의 친환경자동차를 판매하는데 반해, 해외 자동차 브랜드들은 아직은 하이브리드에 집중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고, 이러한 전략이 통하고 있음을 수치로 나타냈다.
반도체 공급물량 부족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골칫거리인 가운데, 한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만의 TSMC가 반도체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자, 지난 7일 ‘코나’와 ‘아이오닉5’를 생산하는 현대 울산1공장에 이어, ‘그랜저’와 ‘쏘나타’ 등을 생산하는 아산 공장도 가동을 멈췄으며, 아반떼를 생산하는 울산3공장도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1분기는 아직 기업들의 반도체 재고가 남아있어 반도체 부족 문제가 생산에 영향을 크게 끼치지 않았던 것”이라며 “2분기부터는 반도체 부족이 생산량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연내에는 원활한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자동차 소유 욕구가 높아지면서 차량 구매 소비자가 늘어, 반도체 수요 증가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면서 “현재 실수요와 함께 가수요가 많아, (4분기에 공급이 맞춰질지)속단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