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수출이 상승세를 그리는 등 경제 회복에 대한 신호가 포착되고 있으나, 산업의 활력이 저하되는 현상을 개선해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구조변화지수는 0.018로, 80년대(0.035)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2000년대와 비교해도 소폭 감소했다. 이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모두 하락세가 이어진 탓으로, 캐나다·영국·일본·독일 등 G7 국가들과 유사한 수준까지 낮아진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이같은 현상이 90년대 이후 고도성장이 종료되면서 성장률이 하락세를 그리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고 봤으며, △높은 진입장벽을 비롯한 시장규제에 따른 기업 역동성 저하 △한계기업 퇴출 지연 △저출산 및 고령화 등에 따른 생산성 증가세 둔화 등이 구조변화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구조변화지수간 상관계수가 0.77에 달한다는 점을 들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매출과 수익이 줄어드는 등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기업이 증가, 향후 구조조정 수요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2023년까지 한시적으로 시행 중인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을 보완하는 등 시장 중심의 상시적·사후적 구조조정 체제를 확립하고, 과잉공급 해소 및 신산업 진출 등을 위해 사업재편을 단행하는 기업에 대한 산업정책적 지원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적자본 확충과 무형자산 투자 확대 및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을 통해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고, 차별적 규제 철폐를 통해 국내외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기계·석유화학·디스플레이 등 업종별로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기계산업의 경우 스마트공장과 스마트제품을 함께 달성하는 등 디지털 전환 단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초기단계에 머무는 등 타산업과 비교해도 속도가 늦기 때문이다.
석유화학도 반도체·자동차 등의 분야보다 디지털 전환 단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범용제품을 위주로 생산이 이뤄지고, 유통채널도 B2B 비중이 높았던 까닭에 품질개선 및 고객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빅데이터를 활용할 필요성이 적었다는 것이다.
공급망 통합관리·자동화와 현장관리 대상 디지털 기술 적용 및 생산 최적화를 통한 수율 극대화 등의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자정보통신과 디스플레이도 기존 공정을 유지한 채 디지털 전환을 진행하다보니 공정라인 자동화가 쉽지 않고, 신규 제조설비 투자도 늦어지고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기업의 부실 정도를 신속하게 식별하고 경쟁력을 진단할 수 있는 '산업진단시스템'을 확충, 민관의 전략 수립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면서 "디지털 전환도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기업의 노력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조화롭게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