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이달 말 종료되는 항공업계 유급휴직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을 정부가 3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하면서 항공사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코로나19가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어 인한 국제선 운항 중단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고용 유지뿐 아니라 금융 지원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텅 빈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카운터./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전날 고용정책심의회를 개최해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대한 올해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을 90일 늘리기로 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유급휴직 중인 근로자를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각 항공사 직원들은 연간 180일 간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올해 1월부터 지원금을 받은 항공사들은 연장이 안 됐다면 꼼짝 없이 다음 달부터 무급휴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특별고용지원 업종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은 다음 달에도 직원 휴직을 유지하면서 인건비 지출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는 평이다. 항공사별 유급휴직 규모는 회사별로 대략 전체 직원의 50% 수준이다. 항공사들은 조만간 직원들로부터 유급 휴직 동의서를 받아 당국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조치에도 항공업계는 이번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이 3개월만 연장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앞서 국내 공항·항공사·지상조업 관련 15개사 소속 16개 노동조합은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을 추가로 180일 연장해달라고 공동 성명을 낸 바 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3개월이라도 연장돼 다행이나 3개월 후에는 재차 연장 여부를 걱정해야 한다"며 "그때가 와도 상황이 지금과 다르지 않을 것인만큼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재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올해 역시 항공업계 불황은 이어질 전망이다. 화물 사업 확대로 코로나19 위기를 돌파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는 달리 여객 운항 급감 타격을 고스란히 입은 LCC들은 존폐의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 1분기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은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에 처했다. 부채비율은 제주항공 705%, 진에어 1793%, 에어부산이 1750.4%로 앙등하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국제선 운항 중단 탓에 LCC들이 국내선에 집중해 출혈경쟁은 더욱 심화됐다. 국내선 항공편 수는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넘어서며 공급 포화 상태이고, 항공권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올여름 괌·사이판 등 휴양지 노선 운항 재개를 준비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는 하나 LCC 주요 노선인 일본·중국·동남아 등의 운항 재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자체적으로 자본 확충 방안을 검토 중인 LCC는 정부의 금융 지원 없이는 코로나19 위기를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3월 LCC 업계 대상 2000억원 규모의 정책 금융 지원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이를 위한 실사 또는 사전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항공사들은 기간산업안정기금 신청 조건을 완화해달라는 취지로 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국회 등 관련 기관들의 문을 두드렸으나 규정 개정 움직임은 미동도 없다. 지난해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은 기간기금 신청 조건인 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 수 300명 이상에 해당하지 않아 기금 지원 대상이 되지 못했다.
한 LCC 관계자는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며 "항공 산업 붕괴 방지 차원에서 정부가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고 적극 도와달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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