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쌍용자동차가 최대 2년간 직원 절반의 무급휴업을 골자로 하는 자구안을 마련했다. 뼈를 깍는 고통분담을 통해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굳은 의지가 담긴 자구안이다.
이를 두고 오는 7~8일 양일간 쌍용차 노동조합은 찬반투표를 벌인다. 지난 2009년과 같은 대량해고 사태를 거치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당시 해고자들의 고통을 알고 있는 쌍용차 입장에서 이번 찬반투표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 협력사들의 응원 문구가 담긴 현수막들이 걸려있다.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이 고비를 잘 넘겨야 새로운 모습의 쌍용차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조원들의 입장이 각자 다르고 무급휴직과 같은 내용이 담긴 만큼 자구안 찬반투표에서의 통과 여부에 큰 관심이 쏠린다.
이번 자구안이 통과돼야 회생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수 있고 투자의사를 보이고 있는 회사들이 있는 만큼 그들에게 보여지는 모습도 중요해 반드시 통과되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인가 전 M&A'를 통한 회생절차 조기 종결을 목표로 새로운 인수의향자의 투자 부담을 덜기 위해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해 노조 대의원과 팀장급 간부들에게 공유했다.
주요 내용은 △무급휴업을 기본 2년간 시행하되 우선 1년간 기술직 50%와 사무직 30% 대해 시행한 △2019년 합의 임금 삭감과 복리후생 중단 기간을 2023년 6월까지 2년 연장 △임원급여 기 삭감분 20% 외 추가 20% 삭감(총 40% 삭감) △유동성 확보를 위한 부품센터 등 부동산 4개소 추가 매각 등이다.
앞서 쌍용차는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지난 2019년 말부터 업계에서 유례가 없었던 강도 높은 선제적인 자구노력을 시행해 왔다. 전 직원 대상 20여개 항목의 복리후생 중단 및 임금 20% 삭감 등을 통해 매년 1200억원 상당의 인건비성 비용을 절감했다.
또, 지난 2019년 말부터 현재까지 임원 수 54% 감축 및 급여 40% 삭감 등 강력한 임원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구로정비사업소 등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해 약 2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올해 1월부터는 협력업체 부품대금 현금지급을 위해 매달 급여 50%의 지급을 유예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고강도 자구안을 내놓은 것은 가장 현실성 있는 회생 방안인 '인가 전 M&A'를 위해서는 법원의 조사보고서 상 계속기업가치가 높다는 판단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계속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청산을 피하고 인수의향자의 투자 부담을 줄여 M&A를 성사시키는 한편,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는 시나리오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고정비 절감 및 유동성 확보가 불가피하다.
현실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인력 구조조정이다. 하지만 쌍용차는 지난 2009년 대량해고 사태라는 뼈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쌍용차 제공
임금 삭감과 함께 인력 구조조정에 준하는 효과를 내는 '2년간 무급휴직'이라는 내용을 자구안에 담은 것은 더 이상 직원을 밖으로 내몰지 않는 대신 다같이 회사에 남아 고통을 분담하자는 의미를 갖는다.
관건은 오는 7~8일로 예정된 노조 찬반투표다. 순차적으로 수 개월씩 급여 없이 버티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만큼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쌍용차 노조가 그동안 '고용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사측의 회생 노력에 협조해왔던 만큼 이번 자구안에 대해서도 대승적인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그동안 노조가 급여지급 유예를 감수해가며 직접 나서 협력사들의 납품 협조를 얻어내고, 회사의 회생을 지원해줄 것을 국회에 호소하는 한편, 대국민 여론전에도 앞장서왔던 만큼, 이번 추가 자구안의 불가피성도 이해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자구안 부결시 '인가 전 M&A'도 불가능해지면서 쌍용차는 법원 주도의 인력 구조조정 상황으로 내던져질 수 있다. 나아가 기업 가치 평가에서 청산 가치가 높아지면 모두가 일자리를 잃을 상황에 처한다. 이는 노조 집행부와 조합원 모두에게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특히 금속노조 산하인 현대자동차, 기아, 한국GM 노조나 친 금속노조 성향의 르노삼성자동차 노조와는 달리 합리적 성향의 쌍용차 노조의 존재가 잠재적 인수의향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긍정적인 요인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그 이점을 사리지게 만들 자구안 부결이 주는 파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자구안은 이해관계자로부터 쌍용차의 지속가능성을 확인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면서 "고강조 자구노력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으로 인수의향자의 쌍용차 인수의지를 높여 M&A가 성사되도록 하는 게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이번 자구안이 통과될 경우 M&A 추진의 강력한 동력을 얻어 '인가 전 M&A'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조합원들의 대승적 판단을 당부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