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최대 16년간 계열회사와 친족을 고의로 은폐하는 과정에서 그의 고종사촌과 그의 아들, 손자에 이르기까지 ‘부의 승계’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세종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하이트진로에 납품하고 있는 대우화학 등 5개 친족 지분 회사와 친족 7명 등을 고의로 누락한 박 회장을 고발조치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2017년부터 2018년 동안 친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주)연암, (주)송정, (주)대우화학, (주)대우패키지, (주)대우컴바인 등 5개사와 이들 회사의 주주 또는 임원으로 있는 친족을 포함해 7명을 누락, 사실과 다른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성경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 기업집단정책과장이 14일 세종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반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을 허위자료제출 혐의로 고발했다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특히 박 회장이 누락을 결정한 대우화학, 대우패키지, 대우컴바인은 박 회장의 고종사촌과 그 아들·손자 등의 친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대우화학·대우패키지·대우컴바인 3개사를 누락시켜 제출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 3개사는 계열회사 직원들조차 친족회사로 인지해왔던 회사로서, 하이트진로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하이트진로음료는 자신의 사업장 부지를 대여해 대우패키지·대우컴바인이 생산·납품할 수 있도록 해왔는데, 해당 거래가 시작된 2006년 이후 현재까지 다른 납품업체에게는 이 방식을 적용하지 않았다.
특히 대우패키지와 대우컴바인은 모두 플라스틱 페트를 만드는 회사로서, 계열회사 거래비중을 대우패키지에서 대우컴바인으로 증감해 가는 형태로, 아들에서 손자로 그 거래 이익을 옮겼다고 공정위는 보고 있다.
또한 박 회장은 지난 2013년 2월, 조카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연암과 송정이 계열사로 미편입됐다는 사실을 보고받았음에도, 2019년 공정위로부터 지적 받기 전까지 지정자료에 두 회사를 누락시켜 제출했다.
이에 더해, 박 회장은 처벌수위 감경 유도를 위해 연암과 송정의 친족독립경영 여건을 조성한 후, 편입신고하는 대응방안을 계획했으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이 자산총액 5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상향될 것이라는 언론보도를 확인한 후,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될 것을 예상해 계획을 중단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박 회장은 이미 인지하고 있던 친족들을 자료 제출 시 누락시킴으로써, 친족 보유 미편입계열사는 규제기관이나 시민단체 등 외부 감시시스템의 사각지대에서 내부거래를 행할 수 있는 점을 이용했다.
성경제 기업집단국 기업집단정책과장은 “박 회장이 해당 지정자료 허위제출에 대한 인식가능성이 현저하고, 연암·송정이 계열회사로 미편입된 사실을 보고받고도 누락을 결정해왔던 점과 친족회사와의 거래비중이 높았던 점을 고려해, 박 회장을 고발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위장계열사를 효과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지난달 20일부터 위장계열사 신고에 대한 포상금제를 시행 중에 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