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한국지엠 노사가 지난 7월 말에 이어 2차 2021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지난 1차 잠정합의안에 이어 회사경영정상화를 목표로 노사간의 대승적인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평가다. 최근 한국지엠 노조는 오랜기간 파열음을 냈던 노사 간의 모습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올해 상반기 국내 완성차 업계 실적 중 3위를 기록하며 무난히 마무리한 만큼 하반기 반등을 노릴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가 6월 국내 완성차 수출 1위를 달성하며,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트레일블레이저의 높은 인기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사진=한국지엠 제공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19일 임금협상 2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잠정합의안에는 사측이 직원 1인당 30만원 상당의 자사 브랜드 차량 정비쿠폰을 지급하고 20만원의 재래시장 상품권을 주기로 했다. 월 기본급 3만원 인상과 일시금 450만원 지급 등은 유지됐다.
일시금 450만원 중 400만원을 임금협상 타결 즉시 지급하고 나머지 50만원은 올해 말 주기로 하는 안도 포함됐다.
한국지엠 노조는 이번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들의 찬반 투표는 다음주 초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22일 마련한 1차 잠정합의안에서 큰 자이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현재 한국지엠의 회사측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표시는 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본사로부터 신차배정등을 받기 위해서도 빠른 임단협 타결을 달성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2차 잠정합의안은 중요한 결과물 중하나다.
한국지엠은 이번 잠정합의안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함께 반도체 부족현상 등 어려운 환경을 감안한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고 밝혔다.
하반기 내수 자동차시장은 코로나19 장기화와 차량용 반도체 부족현상 등으로 업계 전반에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한국지엠 노조역시 상황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반기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야하는 입장에서 이번 임금협상을 매듭짓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스티븐 키퍼 GM수석부사장 등 최고경영진은 이달 한국지엠 방문 일정을 잡 았다가 최근 취소했다. 지난달 26~27일 한국지엠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노조 찬반 투표에서 절반이 넘는 51.15%(3441명)가 반대표를 던져 합의안이 부결된 데 따른 결정이다.
당시 최고경영진의 한국지엠방문에는 한국지엠의 유리한 투자계획이 있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찬반투표로 무산될 위기해 처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노조에서도 위기의식을 공감해 이번 2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해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분위기 전환을 통한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기위해서는 임협을 마무리 짓고 회사경영 정상화를 위해 만전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제 불화가 불거질지 모른다는 리스크를 안고 시장반전을 노리는 것보다 노사상생의 이미지를 통해 반전을 도모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호재를 살리기위해 임금협상의 조기 타결은 중요하다. 이미지가 중요한 기업인 만큼 부정적인 요소를 지니고 원활한 판매활동을 펼치지 힘들기 때문에 긍정적인 이미지로 전환하는 것은 꼭 필요한 요소다.
수만은 기업들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지불해 가며 기업 긍정적인 이미지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지엠 역시 최근 브랜드 이미지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미국 제네럴모터스(GM) 본사로부터 검증 받은 경쟁력 있는 북미산 제품들을 연이어 수입해오며 그 간 국산 이미지에만 머물러 있던 쉐보레 브랜드 이미지에 변화를 줬다.
(왼쪽부터)카허 카젬(Kaher Kazem) 한국지엠 사장, 김성갑 한국지엠 노조위원장, 로베르토 렘펠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사장, 신영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노동조합 지회장이 트레일블레이저출시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지엠 제공
콜로라도를 들여오며 국내에 없던 '수입 픽업트럭' 시장을 창출했고,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래버스를 통해 국내 레저 문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 경영 정상화의 한 축을 담당할 핵심 전략 모델로 개발한 트레일블레이저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 시키며 내수와 수출 실적을 끌어올렸다.
한국지엠은 당시 약속했던 '향후 5년 간 신차 및 부분변경 모델 15개종 출시' 계획 중 지금까지 60%를 이행했다. 현재 볼트EV 부분변경 모델과 볼트EUV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창원공장에는 차세대 글로벌 신차 생산을 위해 신규 도장공장을 짓는 등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한국지엠이 올 1~6월 너나없이 신차를 쏟아냈던 다른 완성차 업체들에 비해 잠잠하게 보내면서도 꼴찌로 주저앉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이 모든 일련의 노력들을 쌓아온 덕분이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미래 계획을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다만, 아직 더욱 고삐를 당겨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번 하반기는 한국지엠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기이고 임협의 조기 타결이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가 예상외로 신속하게 두번째 잠정합의를 도출해 낸 것은 높이 평가받을 만 하다. 비록 한차례의 부분 파업과 1차 잠정합의안이 가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주 초 진행될 투표 결과에 따라 한국지엠의 하반기의 성패가 결정될 수 있으며, 어려운 상황 타개에 대한 노사 공동의 의지가 빛을 발할 수 있는 지가 결정된다.
더욱이 지금은 코로나19 재확산, 반도체 공급난 등으로 업계에 이미 많은 어려움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영세한 부품사들은 하루하루 근근이 버티고 있다.
이들에게 불안정하고 대립적인 노사 관계가 아닌, 대승적 합의로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만여 명의 직접 고용 인력과 수십만 명의 협력사 기반 간접 고용을 맡고 있는 국내 기간산업의 핵심 기업으로서의 책임 있는 자세다.
이는 곧 국내산업계에서 새로운 한국지엠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것에도 큰 일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오랜 협상으로 지쳐있는 모습이 아닌 빠른 회복을 통해 경영정상화와 국내 자동차산업에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는 힘을 만들어가는 한국지엠을 기대하는 모습도 있다.
이를 통해 '아메리칸 정통'을 계승한 한국화한 모델들로 국내시장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발돋움 할 수 있는 한국지엠이 되었으면 하는 팬들이 많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