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하저(上高下低). 올 한 해 국내 증시를 요약하는 단어다. 연초 코스피는 3000선을 넘기며 낙관적 전망을 확산시켰지만 이내 박스권에 갇히며 지지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그 가운데서도 증권사들은 작년과 올해 압도적인 실적을 이어가며 다양한 사업을 시도했다. 한편 작년 ‘동학개미’라는 별명을 얻은 개인 투자자들은 신규상장(IPO) 시장에 대해 여전히 큰 관심을 보이면서 상장지수펀드(ETF)‧해외주식 등 다양한 투자방식으로 시야를 넓히는 한 해를 보냈다. 미디어펜은 5회에 걸쳐 다사다난했던 2021년 금융투자업계를 되돌아보고, 2022년을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올해는 대부분의 증권사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역대급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미 4개의 대형사는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다. 중소형사들 역시 최고 실적을 경신해나가는 상황이다.
올해는 대부분의 증권사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역대급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이미 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NH투자증권 등 4개 대형사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NH투자증권이 누적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이 유일하게 누적 영업이익 ‘1조 클럽’을 달성했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적표다.
증권사별로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미래에셋증권 1조2506억원, 삼성증권 1조1182억원, 한국투자증권 1조637억원, NH투자증권 1조601억원 순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52.5%, 116.9%, 121.1%, 50.6%씩 급증했다.
다른 증권사들 역시 4분기를 지나면서 1조 클럽에 속속 가입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유력한 곳으로는 키움증권(9608억원), 대신증권(8184억원), 메리츠증권(7657억원), KB증권(7295억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올해 증권사 호실적의 배경으로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열기가 꼽힌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 등으로 주식 투자에 적극 뛰어들면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기업금융(IB)과 자산관리(WM) 호조 등 부문별 고른 성장도 한몫을 했다.
여기에 개인투자자들이 대출로 투자금을 마련하는 일명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까지 더해지면서 증권사 수익은 더욱 불어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연초대비 4조원 가까이 불어난 23조원에 달했다. 올해 3분기까지 10대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 역시 1조140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5.2% 급증했다.
다만 내년에는 증권사들이 올해 같은 호황을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실제 상반기에 승승장구하던 증시는 델타변이 바이러스의 확산과 공급망 병목현상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중국 헝다그룹 발 부동산 리스크 등의 겹겹이 악재로 후반기들어 고꾸라졌다. 거래대금 역시 감소했다. 이 기조가 이어진다면 내년 증권사의 위탁 매매 수수료 수익 역시 감소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올 1분기 33조3000억원이었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2분기 27조1000억원 △3분기 26조3000억원으로 하향세를 타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은 금리 상승과 불확실성 확대 등 증권업계에서 비우호적인 환경이 예상된다”면서 “IB와 이자이익 부문은 탄탄한 실적을 기대할 수 있지만,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트레이딩 부문 감익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도 “올해 27조1000억원 수준이었던 일평균 거래대금이 내년 22조6000억원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신용잔고 평균 잔액 역시 감소해 이자수지 역시 5.9%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