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세계 주요 천연가스·원유 수출국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면서, 국제유가 폭등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국내 산업계는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유전지대./사진=한국석유공사 제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 침공을 시작했다”며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대외경제은행(VEB)를 비롯, 2곳의 러시아 은행을 서방으로부터 전면 차단 등 자금 조달 제약과 동시에, 러시아 국가 채무에 대한 제재 계획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침공을 멈추지 않으면, 제재 수위는 더 올라갈 것”이라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시간이 아직 있고, 미국과 동맹국들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 15일 에너지경제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언급한 바 있다. 러시아의 대(對)유럽 석유·가스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국제 에너지시장 불안, 가스 대체 석유 수요 증가로 인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최고 150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위험도가 낮은 시나리오로 △‘지정학적 불안 지속’의 경우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75~85 달러 △군사 개입이 이뤄지고 주요 7개국(G7)의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금융·경제 제재시 100~125 달러 △러시아산 석유·가스의 대규모 공급 중단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선 배럴당 150 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22일 기준 국제 유가는 고급 휘발유의 경우 배럴당 114.67 달러로 전날 대비 5.33달러 상승했으며, 일반 휘발유 역시 111.74 달러로 전날 대비 4.86달 러가 올랐고, 경유 역시 배럴당 113.27 달러로 전날 대비 5.47 달러 높아졌다.
국내 휘발유 값도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 2월 셋째주 전국 주유소판매 휘발유가격은 1718.40원으로 지난주 대비 26.59원 올랐으며, 경유는 1540.18원으로 지난주 대비 29.01원이 상승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미국의 석유 수요 강세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이 맞물리면서,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원유를 전량 수입해 제품을 만드는 정유업계 및 석유화학업계를 포함해 가뜩이나 해운운임비 상승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국내 업계의 물류비 부담은 더욱 증폭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러-우크라이나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국내 정유사와 석유화학 기업들은 러시아와의 거래 비중이 크지 않아,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역시 “현재까지 수출입 제약 및 수급 차질 동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아직은 국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기타 주요 산유국들로 구성된 기구)의 증산 목표 미달이 심화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OPEC+에 증산을 촉구했지만, 아랍에미리트(UAE) 에너지 장관 등 OPEC 관계자들은 최근 유가 강세 요인은 펀더멘털이 아닌 지정학 리스크에 의한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