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나는 솔로'가 매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데이팅 프로그램의 홍수 속 '나는 솔로'의 식지 않는 인기 이유는 뭘까. 시청자들은 왜 이토록 '나는 솔로'에 열광하는 걸까.
▲ 신선한 얼굴들과 새로운 케미 vs 출연자 검증 리스크
프로그램의 재미와 신선도를 결정하는 것은 새로운 얼굴이다. 사람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 그런데 전문 방송인들의 라인업이 어느 정도 굳어지고, 매번 봐오던 얼굴이 대세 예능을 도맡는 형국이다 보니, 새로운 기획이 나와도 새롭다는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미운우리새끼' 어머니들의 신랄하고 꾸밈 없던 첫 등장이 그 해 예능가를 강타했던 것을 생각하면, 시청자는 늘 새로움에 목말라 있다는 것을 되새기게 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솔로'의 가장 큰 강점은 출연자다. 처음 접하는 얼굴들이다 보니 뻔하지 않고, 고정 진행자를 제외하곤 매 시즌 출연자들이 바뀌어 새로운 포장지를 뜯는 듯 상쾌한 기대감을 준다.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이니 더욱 흥미롭다.
여기에 출연자들 사이 어떤 화학 작용이 일어날지 미지수라는 점이 프로그램을 풍성하고 매력적으로 만든다. 서로의 호흡이 검증되지 않은 채 상호작용하는 이들은, 스토리를 이끄는 주체로서, 또한 솔로나라라는 세계관에 속한 인간군상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제각기 다양한 감상을 안긴다.
무례한 태도로 구설에 올랐던 '나는 솔로' 4기 영철(가명). /사진=SBS PLUS·NQQ '나는 솔로'
물론 제작진에게 무거운 짐도 있다. 비연예인 출연자들에게는 전문 방송인에 비해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능력이 없고, 자신이 TV에서 비쳐지는 모습과 카메라 밖 여론에 대한 의식이 덜하다 보니 몇몇 회차는 시청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사전 인터뷰를 거치더라도 출연자의 세세한 신상이나 과거까지 알 수 없다는 점은 섭외 논란의 리스크를 안긴다.
출연자들간 왕따 논란으로 고개 숙였던 과거 커플 매칭 프로그램 '짝'의 마지막을 생각하면, 출연자 검증은 제작진의 리스크이자 방송 장기화의 필수 과제다. 출연자는 '나는 솔로'의 가장 큰 재미인 동시에 가장 큰 위험 요소인 셈이다.
▲ '날감정'을 유도하는 연출 vs 제작진의 악취미
'나는 솔로'는 난처한 미션과 다소 오글거리는 데이트 신청 멘트, 노골적인 인기 투표 등을 곳곳에 포진해 출연자들이 꾸미지 않은 '날감정'을 드러내도록 유도한다. 가령 '이 여성과 식사를 하기 싫은 사람들은 모두 물에 빠져달라'는 제안을 한 뒤 모든 남성이 물에 빠지면 굴욕당한 여성의 모습을 길게 보여준다든지, 공개 데이트 신청을 통해 당사자들 외 나머지 출연자들의 반응을 치밀하게 포착한다.
사랑 싸움을 중계하는 데 있어서 배려는 없다. 민망한 장면이 많아질수록 출연자들의 감정이 더 여실히 드러나고, 이 같은 제작진의 연애 중계 행위는 남녀의 관계를 발전시키기도 후퇴시키기도 한다.
입수로 데이트 거부 의사를 비치는 남성 출연자들의 모습. /사진=SBS PLUS·NQQ '나는 솔로'
'짝'으로부터 이어져온 이 관례는 프로그램의 흥행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속마음이 남녀관계의 주 키워드인 만큼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고 직관적인 모습들을 이끌어내고, 출연자들의 꾸미지 않은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나는 솔로'가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선사하는 미덕이다.
다만 일반인을 상대로 '이거 괜찮나' 싶은 악취미적 연출이 자주 포착된다. 아슬아슬하다. 적절한 무례함이 어느 선까지인지,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 시청자들마다 감수하는 정도는 다른 법이다. 사람의 마음을 볼모로 한 제작진의 줄타기가 흥미를 넘어 모멸감과 불쾌감으로 접어들 때, 그 때가 '나는 솔로'에 큰 위기로 작용할 듯하다.
▲ 적재적소에 배치된 매칭 콘텐츠 vs '짝' 패턴화된 답습 예능?
'나는 솔로'는 첫인상 선택, 자기소개, 데이트 신청, 미션 수행 등 남녀가 만나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적절한 개입을 통해 매칭을 매끄럽게 한다. 수많은 연애 예능 속에서도 '나는 솔로'가 유독 각광받는 이유는 높은 리얼리티성에 이같은 커리큘럼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나는 솔로'는 같은 장치와 무대에 출연자를 올려놓고, 개개인의 캐릭터를 탐구할 수 있게 한다. 시청자들이 '이 사람에 대해 안다'고 느껴지도록 만들고, 더욱 몰입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잘 만들어진 연애 예능에 굳이 시비를 걸자면 프로그램의 오리지널리티가 약하다는 점이 있겠다. '나는 솔로'는 '짝'의 재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 시청자들 모두가 '짝'의 시즌2라는 점을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보는 것이 사실이다.
남자 1호와 여자 1호라는 '짝'의 트레이드마크 가명은 영철, 영숙이 대신하게 됐고 미션을 통해 데이트를 하는 장치들도 '짝'의 맛있는 부위만 도려내 가져다 쓴 것이 보인다. 무전기를 통한 구애, 가혹했던 까나리액젓 원샷 미션 등 '짝'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장면들이 다시금 펼쳐지고 있다.
'짝' 속 무전기·까나리액젓 원샷 장면을 재현한 '나는 솔로'의 장면. /사진=SBS '짝', SBS PLUS·NQQ '나는 솔로'
달라진 점이라면 '나는 솔로'는 남녀관계의 진전을 속도감 있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을 담아내는 데 온전히 호흡을 쏟는다. 그러다 보니 매칭에 실패한 출연자일지라도 그 사람이 보여주는 행동양식과 마음가짐에 더 집중하게 되고, 인기남 또는 인기녀에 밀린 조연이 아니라 또다른 주인공으로서 그를 바라보게 된다.
어쩌면 '나는 솔로'는 연애 예능을 표방한 다큐멘터리 같아서, 그저 '사람'을 보려는 시청자들의 수요까지 충족시켜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미디어펜=이동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