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세계 경제의 바로미터인 미국 증시의 급락 속에서도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은 여전히 통큰 베팅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미 증시가 최근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
서학개미들이 지수 하락 속에서도 통큰 베팅을 이어가고 있다. 극심한 변동성 속에 레버리지 투자에도 거침없이 뛰어드는 것으로 보여져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사진=픽사베이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최근 한 달간 국내 투자자가 미국 주식을 순매수한 금액은 28억8398만달러(약 3조6903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매수 결제액이 17억877만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68.77% 증가한 수치다. 올해 1∼4월 월평균 순매수 금액(24억377만달러)보다도 19.97% 많은 수준이다.
개미들은 올해 1월 24억6670만달러를 순매수한 데 이어 2월 30억314만달러로 매수 규모를 확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본격화된 3월에는 16억3568만달러로 급격히 매수세가 얼어붙었지만 4월 다시 25억955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최근 한 달간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 모두 일제히 급락한 상황 속에서도 순매수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 뉴욕증시에서 13일(종가 기준)까지 지난 한 달간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3만4564.59에서 3만2196.66로 6.58% 하락했다. 대형주 위주인 S&P500 지수는 4446.59에서 4023.89로 9.51% 떨어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만3643.59에서 1만1805.00로 13.47%나 급락했다.
S&P500지수는 고점(4818.62) 대비 16.49% 하락해 약세장 진입을 앞두고 있고, 다우지수도 고점(3만6952.65) 대비 12.87% 내렸다. 나스닥지수는 고점(16212.23)대비 27.18% 폭락했다.
통상 지수가 52주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 기술적 약세장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
증권가에서는 지수가 맥을 추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서학개미들의 순매수세가 이어지는 이유로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꼽는다. 지수 하락이 이미 과도하게 진행됐다는 판단 아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추가 하락 보다는 반등에 베팅했다는 평가다.
다만 많은 서학개미들이 공격적 투자에만 골몰하고 있는 점은 위험 요소라고 지적한다.
실제 같은 기간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미국 주식 10위권에는 기초지수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P(상장지수펀드·상장지수증권)가 다수 포함됐다.
나스닥100 지수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QQQ ETF(TQQQ)(6억4327만달러)와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로 따라가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스 불 3X SHS ETF(3억5129만달러)가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수의 상승이나 하락 지점을 정확히 맞추는 일은 전문가들도 불가능한 영역”이라면서 “지금처럼 미국 증시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단기 수익을 노리는 레버리지 투자에 뛰어드는 건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수가 단기간 많이 하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변동성 구간에 놓여있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면 매매 빈도가 높아지면서 오히려 큰 수익률을 내기 힘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