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을 필두로 하는 가상자산시장이 폭락 장세를 보이며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외 주식시장의 급등락 장세가 가상자산시장에선 훨씬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되는 가운데 투매 움직임까지 감지된다. 이번 폭락장은 가상자산 자체에 대한 회의감을 내포하고 있어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을 필두로 하는 가상자산시장이 폭락 장세를 보이며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나타냈다. /사진=미디어펜
20일 금융투자업계와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들의 등락폭이 최근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다. 시가총액 1위로 주식시장에서의 ‘대장주’ 역할을 하고 있는 비트코인과 2위인 이더리움의 가격은 지난 2020년 11월 이후 약 1년 반 만에 각각 2만달러, 1000달러 선이 위태로운 상태다. 고점 대비 70%가 넘는 낙폭이다.
작년 11월까지만 해도 6만8000달러를 넘기며 가격이 치솟았던 비트코인의 가치는 올해 내내 다양한 원인으로 하방 압박을 받아왔다. 우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영향을 받아 지난 4월말 5만 달러 선이 붕괴됐다. 이 시점은 국내외 증시가 함께 침체를 겪고 있던 때라 비트코인 가격이 함께 떨어지는 것에 대해 ‘디지털 금’으로서의 지위가 위태로워진 시점이기도 했다.
이후엔 가상자산 루나·테라의 폭락 사태가 있었다. 한국인 권도형 씨가 신현성 씨와 함께 설립한 테라폼랩스를 필두로 일어난 이 사건은 가상자산에 대한 이미지와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며 결국 비트코인 가치에도 영향을 줬다.
이 소동을 전후로 비트코인 가격은 3만 달러 선이 붕괴됐다. 이후 다시 미국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2만 달러선이 붕괴된 현시점에 이르렀다. 많은 투자자‧전문가들은 비트코인 2만달러 선을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기고 있었다.
대장의 붕괴는 비트코인을 제외한 알트코인들의 줄하락을 야기했다. 가상자산 2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이더리움의 경우 장중 한때 900달러선이 붕괴되며 작년 11월 고점이었던 4800달러와 비교했을 때 80% 넘게 폭락했다. 1‧2위 가상자산의 속절없는 추락에 기타 알트코인들의 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지금까지 가상자산들은 수많은 급등락을 경험해 왔기 때문에 가파른 등락폭 자체가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 다만 이번 폭락은 가상자산들의 가치와 ‘정체성’ 그 자체에 흠집을 내고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어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오를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자산으로서의 신뢰성에는 이미 궤멸적인 가해졌다는 지적이다.
국내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권위 있는 외신들이 가상자산시장에 대한 ‘손절’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지적하면서 “국내외 증시마저 폭락하고 있어 개인투자자들 중에는 아예 모든 투자행위를 중단하고 시장에서 퇴장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