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의 첫 성적표가 나왔다. 전체 산업에서는 소폭 감소했지만, 제조업 부문의 사망자 수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중대재해법 실효성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는 19일 ‘2022년 상반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현황’ 발표를 통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산재 사망사고는 303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9.3%(31건) 감소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수는 320명으로 지난해 340명 대비 5.9%가 줄어든 20명 감소에 그쳤다.
이날 발표를 업종별로 살펴보면 사고 다발 사업장인 건설업에서 155명, 기타 업종에서 66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13.4%(24명), 8.3%(6명) 감소했한 반면, 제조업은 99명으로 11.2%(10명) 늘었다.
재해 유행별로는 전체 사고에서 57.2%를 차지하는 상위 2대 사고인 추락 126명, 끼임 57명 등 각각 17.6%(27명), 3.4%(2명) 줄었다.
사망사고 발생 원인인 안전조치 위반 내용별로는 작업절차 및 기준 미수립이 10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안전난간 설치 등 추락 위험방지 미조치 70건, 컨베이어 등 위험기계 안전조치 미실시 53건 순으로 집계됐다.
업종·규모별 사망사고 발생 현황./자료=고용부
문제는 현행 중대재해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만큼, 이들 사업장에서의 사망자는 줄었으나 2024년 1월까지 법 적용이 유예된 50인 미만 사업장과 아예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머지 사망자 224명이 발생한 부분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사각지대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5년간 중대 재해 이력이 있는 사업장에서 재차 발생한 중대재해가 전체의 43.2%를 차지하면서 더욱더 동 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지난달 20일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며 재계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개선 건의’를 고용부에 전달했다.
동 건의에는 △중대산업재해 정의 △중대시민재해 정의 △경영책임자등 정의 △경영책임자 등 안전보건확보의무 △도급 등 관계에서의 안전보건확보의무 △안전보건교육 수강 △종사자의 의무 △경영책임자 등 처벌 △손해배상 책임 등에 대해 개선 과제를 담았다.
전경련은 이중 가장 큰 문제점으로 경영책임자 등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것을 꼽았다.
추광호 경제본부장은 “기업들도 산업현장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을 이해하고 대응하는데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선하고, 더 나아가 사후 처벌보다 사전 예방이라는 산업안전보건 정책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올 상반기 산재 사망사고가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다소 감소했으나, 여전히 사망사고가 매일 발생하고 있고 특히 7월 현재까지 2건 이상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은 총 10곳에 달한다”며 “무려 104건의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해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재해 예방을 위한 노력에는 한 치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고 있는 50인 이상 기업들이 상반기에 구축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현장에 선도적으로 정착시키고, 노사가 한마음으로 현장의 안전관리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문화가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 장관은 “정부도 자율적인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에 어려움을 겪는 50인 미만 소규모 기업에 대한 원하청 협력프로그램 확대, 무료 컨설팅 사업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산재 사망사고 감축 성과를 달성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그 책임을 물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면서, 법 통과 전부터 경영계 및 산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