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 금융당국이 증권사 9곳에 통보했던 480억원의 과징금 부과는 없던 일이 됐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가 이들 증권사의 시장질서 교란행위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리면서다.
금감원이 증권사 9곳에 부과 통보한 480억원의 과징금은 '무효'라는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선위는 지난 19일 주식시장 시장조성자인 9개 증권사의 시장질서 교란행위 혐의에 대해 “위법으로 볼 수 없으며 과징금 부과대상이 아니다”라고 심의·의결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내린 과징금 부과 통보를 전면 뒤집는 결과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1일 시장 조성자로 활동하는 미래에셋증권, 한화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신영증권, 부국증권 등 9개 증권사가 반복적인 호가 정정·취소로 시세에 영향을 줬다며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위반’으로 총 487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통보했다.
해당 증권사들은 당시 “풍부한 ‘스프레드 호가’를 제공하기 위한 시장 조정자의 정당하고 일상적인 행태”라며 “이를 시장 교란행위로 볼 수 없다”고 크게 반발했다.
이후 시장 조성을 위한 스프레드 호가 제출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뒤 현재까지 호가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이 사안에 대해 증선위에 해당 조치안의 심의를 요청했고 증선위는 네 차례의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를 포함, 총 여섯 차례의 회의를 거쳤다.
증선위는 “시장조성자의 의무 이행에 수반되는 리스크 관리 등을 위해서는 시세 변동에 대응한 호가의 정정·취소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며, 국내 주식시장 시장조성자의 호가 정정·취소율(95.68∼99.55%)이 외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승인한 제도하에서 시장조성자의 특정 행위유형이 교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사전 가이드라인이 없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의 경우 2020년 시장 전체 주문의 하루평균 정정·취소율(시장조성자 거래 포함)은 약 94.6% 수준이다. 해외의 경우 시장조성자만의 정정·취소율 수치는 공식적으로 공개된 바 없다.
증선위는 “이런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해당 시장조성 호가 정정·취소가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워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며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냈다.
증권가에선 ‘당연한 결과’라며 안도하는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당한 시장 조성 활동에 과징금 부과라는 처분이 통보되면서 증권사들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면서 “앞으로 시장조정제도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증권사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성자제도는 거래소와 증권회사가 1년에 한번 시장조성계약을 체결하고 사전에 정한 종목(시장조성 대상 종목)에 대해 지속적으로 매도·매수 양방향의 호가를 제시하도록 해 유동성을 높이는 제도다.
한편, 금융위와 한국거래소는 금감원 조사 취지 및 증선위 심의 내용을 고려해 시장조성자 활동이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시장조성자 선정과 제도개선 검토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