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한시가 시급한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전세사기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전세 사기 피해자 요건과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 등 기존 쟁점 사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특별법 처리가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여야는 당초 지난 1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정부·여당 안을 포함한 전세사기 특별법 3건을 병합 심사해 2일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3일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도 피해자 인정 범위 등을 두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법안 처리가 불발 됐다.
당초 정부·여당이 제시한 피해자 인정 요건은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주택 경·공매 진행 ▲면적과 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판단될 경우 ▲다수 피해자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보증금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6가지였다.
여야 3당 정책위의장이 4월 21일 국회에서 전세사기 대응을 위해 왼쪽부터 이만희 국민의힘 정책위 수석부의장,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김용신 정의당 정책위의장,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그러나 야당은 피해자 요건이 너무 엄격하다며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구제하기에는 부족하는 입장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일 수정안을 통해 기존의 피해자 인정 요건 6가지를 4가지로 대폭 줄이는 방안을 내놨다.
우선 피해 주택의 면적(85㎡ 이하) 요건이 삭제 됐다. 보증금 기준은 3억원으로 하되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보증금 규모를 최대 150% 범위에서 조정하도록 해 4억5000만원까지 늘렸다. 또한 대항력과 확정일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임차권 등기를 마친 경우 지원 대상에 포함하도록 했다.
'전세 사기 의도'를 판단하는 기준도 수사가 개시 될 때 뿐만 아니라,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는 '바지 사장'에게 임차 주택 소유권을 양도하는 경우 등으로 확대했다. 아울러 경·공매가 개시 되지 않았더라도 임대인이 파산이나 회생 절차를 개시하는 경우 피해자로 봤다.
하지만 야당은 이 같은 정부 수정안이 아직 협소하다며 피해자 인정 범위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전세사기대책특별위원장인 맹성규 의원은 "특별법을 만드는 취지에 맞게 지원 대상을 넓히고, 폭을 깊게 해야 한다는 게 우리 당 취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쟁점은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 여부다. 민주당은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반환해주든지 이에 상응하는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맹 의원은 “(여당에)보증금 반환이 안 된다면 실질적으로 이에 상응하는 방안을 찾아 달라고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채권 매입은 국가가 사기를 당한 보증금의 일부를 직접 주는 거라 다른 범죄 피해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정재 의원은 "채권 매입은 국가가 사기를 당한 보증금의 일부를 직접 주는 것"이라며 "다른 여러 경제적 피해에 대한 형평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은 대신 공공이 주택 경·공매를 대리하는 법률 지원 서비스를 제시하면서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LH가 우선매수권을 양도 받아 '공공매입주택' 명목으로 매입한 뒤 최장 20년간 시세의 30~50% 수준에서 장기 임대를 하는 기존 수정안도 내놨다.
이처럼 여야가 쟁점 사안에 대한 접점을 찾는데 실패하면서 이번 주 내 본회의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간사 간 논의를 통해 소위 일정을 추가로 잡고 이번 주말까지 계속해서 협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