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지난 31일 자신들이 말하는 군사정찰위성 첫 발사에 실패한 이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잇단 담화 발표를 통해 발사 의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앞서 북한의 군부 2인자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6월에 곧 발사한다고 발표한 직후 5월 말일에 기습발사한 위성이 추락, 실패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최우선 중대 과업이라고 강조한 위성발사인데, 서두르다가 실패한 것에 의혹이 있는 상황에서 김 부부장이 두 차례, 외무성 조철수 국제기구국장이 한 차례 담화를 내면서 수습에 안감힘을 쓰는 모양새다.
김여정과 조철수는 자신들의 위성발사 추진이 주권국가의 권리라고 강조하면서 2차 발사 의지를 다졌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가 불공정하고 편견이라고 맹비난하고, 규탄 배격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번에 실패한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탑재한 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 사진을 대외매체에 공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위성발사 및 추락 실패 소식을 북한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 등 대내매체에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11년 전인 2012년 4월 13일 오전 ‘은하 3호’ 장거리로켓에 실어 발사한 위성 ‘광명성 3호’가 궤도진입에 실패했을 당시 당일 낮 12시쯤 조선중앙TV를 통해 실패 소식을 주민들에게 전했다. 따라서 북한은 11년 전처럼 위성발사에 실패한 사실을 공개했으나 이번엔 대외적으로만 밝혔고, 북한주민에게는 함구하고 있다.
북한이 5월 31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을 1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이 로켓은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발사 후 2시간 30여분 만에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2023.6.1./사진=조선중앙통신
이제 북한이 수차례 공언하고 있는 2차 위성발사가 언제 이뤄질지 주목된다. 그런데 북한이 이번 로켓 발사장으로 사용한 새 서해발사장에서 지난달 31일 관찰됐던 차량들이 이틀만에 모두 사라진 모습이 관측됐다. 자유아시아방송은 2일 공개된 민간 상업위성 플래닛랩스 사진을 인용해 기존 발사장 모습과 비교해 분석했다.
방송에서 미국의 민간 위성 분석가인 제이콥 보글은 “다음 발사에 어떤 발사대가 사용될지 알 수 없다”며 “두 번째 발사체가 이미 조립돼 있다면 금방 발사될 수 있지만 지난 1차 실패로 천리마 로켓에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에 문제 복구를 위해 몇 주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당초 지난 29일 국제해사기구(IMO) 지역별 조정국인 일본에 ‘인공위성을 5월 31일 0시부터 6월 11일 0시 사이 발사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이후 북한이 관련 국제기구에 위성발사 시점을 재통보하지 않았다. 따라서 북한이 2차 위성을 11일 이내에 할지 주목된다. 북한은 1차 위성발사 당일 실패 사실을 밝히면서 “여러가지 부분 시험들을 거쳐 가급적 빠른 기간 내에 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장영근 항공대 교수(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는 이번에 북한이 밝힌 실패 원인을 분석해볼 때 새로운 엔진의 연소 특성이 불안정하고, 이는 충분한 지상연소시험 등을 수행하지 못한 결과이므로 보통 관련 원인을 조사하고 보완하기 위해선 최소 6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신형 발사체는 액체 로켓을 사용했고, 1단 추진체 길이가 짧다”며 “즉 연료와 산화제 탱크가 작아서 탑재 추진체 용량이 상당히 적어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2단 추진체의 길이가 1단에 비해 상당히 짧은 것이 통례이지만 북한의 신형 발사체의 2단 추진체의 길이는 상대적으로 길어보인다. 페어링의 직경도 2. 3단 동체의 직경보다 상당히 컸다. 이런 가분수 형태의 위성발사체 형상은 통상 대형 발사체가 취하는 특성”이라고 말했다.
우리군이 31일 오전 8시5분 어청도 서방 200여㎞ 해상에서 '북한 주장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식별해 인양 중이다. 2023.5.31./사진=합동참모본부
그러면서 “현재 북한 신형 발사체의 로켓 추진시스템은 다수의 중대형 엔진을 클러스터링하는 대형 발사체로 분류하기 어렵다. 대형 페어링은 신형 발사체를 과대하게 선전하기 위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 발사대도 지난 2개월동안 급조해서 건설한 것이 맞다. 발사준비 징후를 최소화하기 위해 급조한 흔적이 역력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교수는 “다른 나라라면 최소한 6개월이 소요되겠지만 북한의 경우에는 최소한의 고장 원인 조사를 통해 큰 문제를 확인하고 수정 후 바로 발사할 개연성이 높아 수주 내 2차 발사도 가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북한은 지난 2012년 4월 ‘은하 3호’ 발사 실패 때에는 수개월동안 정비를 거쳐 12월에 재발사한 일이 있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 군사정찰위성 1차 발사 때 보인 정황을 볼 때 2차 발사 역시 최소한의 보완을 거쳐 곧바로 발사하는 것이 가능해보인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여름으로 갈수록 기상을 예측할 수 없고, 6월 상순 당 전원회의 소집을 예고한 만큼 북한이 가급적 6월에 재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일 국방장관은 이번 북한의 위성발사체를 ‘소위 위성 명목의 장거리탄도미사일’로 규정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행위라며 규탄했다. 이종섭 국방부장관, 미국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일본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대신은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2~4일) 계기 3국 국방장관회담을 개최하고, 현재 한미, 미일 간 각각 운용 중인 정보공유체계를 연동시켜 올해 내 가동시키기로 했다. 또 3국간 대잠전훈련, 해상 미사일방어훈련을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