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병화 기자]"아이들이 아빠 회사 브랜드 앞에 붙는 수식어에 대해 묻는데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불철주야 땀 흘려온 건설인들이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비만 오면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출근 때마다 아무 일도 없길 기도한다. '순살자이' '통뼈캐슬' '백숙자이' '흐르지오' 등 입에 담기도 민망한 용어들이 일파만파 퍼지면서다.
악몽의 시작은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다. 해당 아파트 공사현장에서는 지하주차장의 지붕층 슬래브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조사 결과 설계도면에 규정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밝혀지며 ‘순살’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이어 이달 초 서울 강동구 상일동 한 아파트에서는 철근다발이 콘크리트 외벽을 뚫고 나온 사진이 공개되며 ‘통뼈’라는 별명이 붙었다. 또 서울 강남구 개포동 A아파트 지하주차장, 인천 B아파트 커뮤니티센터 일부가 폭우에 침수되며 ‘백숙’과 ‘흐르지오’가 탄생했다.
아파트 부실시공은 어떤 이유라도 용납할 수 없다. 하자 원인을 명백히 밝히고 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주택법에서도 부실시공에 대해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아직은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하지만, 이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이후 '순살자이' '통뼈캐슬' 등 신조어들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아파트 공사현장 전경./사진=김상문 기자
하지만 ‘순살자이’나 ‘통뼈캐슬’은 다른 문제다. 특정 건설사를 비하하는 이러한 용어들은 자칫 무분별한 마녀사냥으로 번질 수 있다.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아파트 하자 관련 신조어들은 온라인커뮤니티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심지어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지난 19일 공식석상에서 ‘순살자이’ ‘통뼈캐슬’을 언급했다.
어느새 거리낌 없이 쓰이고 있는 비속어들은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다. 건설사 직원들과 가족들은 물론이고 나아가 입주민들에게도 아픔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해당 브랜드 아파트에 거주하는 입주민 자녀들이 학교에서 놀림을 받았다는 제보도 이어지고 있다.
서로의 가슴을 멍들게 만드는 감정싸움을 멈춰야 한다. 입주민들도 부실시공과 하자 문제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부실시공을 입증하는데 집중하고, 건설사에서 잘못을 인정했다면 적절한 보수와 보상을 요구할 차례다. 필요하다면 따뜻한 격려와 위로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부실시공과 하자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하자 심사 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하자 조정 신청 건수는 2018년 3818건에서 2021년 7686건으로 5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감정적인 비난보다 냉정한 비판이 필요하다. 따끔한 지적과 충고야말로 성장을 위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전국을 강타한 장마도 소강상태에 들어섰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 대한민국 산업 발전을 이끌어온 건설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국민의 보금자리를 짓고 있다. 그들이 쌓아온 자부심과 자존심을 지켜준다면 더 나은 아파트 품질로 보답할 것이다.
[미디어펜=김병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