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과 러시아 간의 군사 거래 협력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를 겨냥해 '안보리 개혁론'까지 꺼내들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대한민국 안보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북-러 간 군사 거래에 대해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까지 날렸다.
윤 대통령이 이날 강조한 것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연대'와 '원칙에 입각한 일관된 행동'이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WMD 능력 강화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얻게 된다면, 러시아와 북한 군사 거래는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3.9.21 /사진=연합뉴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은 대한민국 평화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실존적인 위협일 뿐 아니라, 인태지역과 전 세계 평화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 거래에 대해 "대한민국과 동맹, 우방국들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세계 모든 국가들이 상생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강력히 연대해야 하며 유엔이 그 중심에 서야 한다"며 "나라마다 군사력의 크기는 다르지만 우리 모두가 굳게 연대하여 힘을 모을 때, 그리고 원칙에 입각해 일관되게 행동할 때, 어떠한 불법적인 도발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를 겨냥해 "세계평화의 최종적 수호자여야 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다른 주권국가를 무력 침공해 전쟁을 일으키고,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무기와 군수품을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정권으로부터 지원받는 현실은 자기모순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안보리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폭넒은 지지를 받게 되는 것"이라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킨 모순을 꼬집어 '안보리 개혁론'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미 1년 전 열린 유엔 총회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중남미 및 아프리카 국가를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의 '안보리 개혁론'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고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향후 행보를 적극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대한민국은 2024~25년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유엔 회원국 여러분들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세계평화를 진작하고 구축하는 데 책임있는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정의와 법치가 살아 숨쉬는 국제질서, 그리고 지속가능한 자유, 평화, 번영을 물려주는 것은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우리 모두의 역사적 책무"라며 "대한민국은 유엔과 함께 이러한 책임을 기꺼이 떠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의 침공을 받아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윤 대통령은 "내년 3억불을 공여하고 추가로 20억불 이상의 중장기 지원 패키지를 마련하여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적극 도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3.9.21 /사진=연합뉴스
한편, 윤 대통령의 이날 기조연설에서 또다른 이목을 끌었던 대목은 북한과 러시아를 '러시아-북한' 순으로 지칭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러시아와 북한 군사 거래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라고 발언했다. 통상 정부 발표는 '북한-러시아' 순서로 표현해왔지만, 윤 대통령은 이 순서를 바꾼 것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지난 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장관과 만나 "러-북 관계가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하는 가운데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에 들어와 바뀌어진 새로운 외교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