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에서 돌아오자마자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를 열고 북러 정상회담 결과를 실현해나갈 방안을 토의했다. 앞서 8박9일 방러 일정을 모두 마친 김 위원장은 19일 평양에 입성했으며, 바로 다음날인 20일 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정치국회의를 주재했다고 노동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정치국회의에서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장이 김 위원장의 방러 결과를 보고하면서 “북러관계가 새로운 전략적 높이에 올라서고, 세계정치지형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부장은 북러관계의 발전 계획들을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모든 분야에서 북러관계를 더 활성화하고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건설적인 조치들을 적극 실행해나가라고 지시했다. 또 김 위원장은 “북러 사이 각 분야의 협조를 다방면으로 확대 발전시켜 두 나라 인민들의 복리증진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 위원장이 귀국 즉시 정치국회의를 연 것은 대러 메시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방러’라는 단일의제로 정치국회의를 연 것은 이례적”이라며 “대내적으로 정상외교를 수행한 지도력을 부각하고, 러시아에 대해 협력이행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참가 중인 북한선수단이 이날 오전 선수촌 입촌식을 했다. 앞서 노동신문은 21일 이번 아시안게임에 김일국 체육상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파견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데 이어 항저우아시안게임을 계기로 고위급대표단을 중국에 파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체육상을 보내는데 그친 것이다. 일각에선 폐막식을 계기로 ‘백두혈통’이 방중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아직까지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견해가 많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둘러보고 있다. 2023.9.13./사진=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
북한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비롯해 2012년 런던올림픽 등 그동안 국제 스포츠행사에 체육상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 파견을 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스포츠행사의 폐막식보다 개막식이 중요한 만큼 이번에 추가로 북한의 고위급대표단이 참석할 기회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북한의 황병서 군총정치국장, 최룡해·김양건 당비서 등 3인방이 깜짝 방남한 적이 있지만 이는 당시 북한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통일부의 설명이다.
또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4년 소치올림픽 개막식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대표단장으로 참석한 바 있으며, 특히 2018년 평창올림픽 개막식엔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함께 김정은의 친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까지 참석한 일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항저우아시안게임 계기 김정은 위원장이 방중할 가능성도 거의 없으며, 다음달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포럼’에도 김 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면서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엔 참석하지 않은 것처럼 김 위원장의 다자회의 참석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베이징 일대일로 포럼엔 푸틴 대통령이 참석할 의사를 밝힌 만큼 김 위원장도 참석한다면 북중러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큰 행사로 꼽혀왔다. 하지만 북한은 우선 북러 정상회담 후속조치 마련에 집중해야 할 상황이며, 연이어 북중러 정상회담이나 북중 정상회담을 추진할 정도의 외교력은 못 갖춘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교수는 “북중러 3국 협력에 대해 중국이 소극적이고, 북한이 다자정상회담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10월 18일 일대일로 포럼 계기 북중러 정상회담 가능성은 아주 낮다”며 “김 위원장은 일대일로 회의와 관계없이 방중을 통한 단독 북중 정상회담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