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지난달 정상회담을 가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달 중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다. 두 사람의 회담은 지난 3월 시 주석의 러시아 국빈방문 이후 약 7개월만에 성사되는 것이다.
21세기에 민간인 다수를 희생시키는 전쟁을 벌여 국제사회의 비난을 사고 있는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무기지원을 약속받고 중국에 대해서도 연대 강화를 도모하려하고 있다. 이번 중러 정상회담 결과는 신냉전 구도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러시아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일대일로 포럼’ 참석을 확정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포럼기간 동안 시 주석과 양자 정상회담을 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장한후이 러시아 주재 중국대사는 29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과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과 중요한 전략적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 대사는 “중러 정상회담에서 양 지도자들은 양국 협력의 모든 현안 및 핵심 문제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전략적 교류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북러 정상회담에서 무기거래를 비롯해 북중러 연합군사훈련 문제를 논의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와 있다. 이미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7월 북한의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차 평양을 방문했을 때 연합훈련 제안을 한 것으로 국가정보원은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지난달 20일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하원 국방위원장의 “중러 연합훈련에 북한이 동참한다면 동북아 안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중러 3국 연합훈련에 대해선 쇼이구 장관과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도 연이어 공개 발언했다.
따라서 이번에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만나 북중러 연합군사훈련 방안을 논의하고 구체화할지 주목된다.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게 무기를 제공하는 것엔 선을 그어온 중국이 북중러 연합훈련엔 나설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아 보인다. 중국은 그동안 러시아와 연합군사훈련을 해왔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러시아의 입장에선 북한에 더해 중국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보다 ‘G2’로 꼽히는 중국이 참여할 때 미국에 맞설 영향력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와 함께 대북제재를 막는데 한목소리를 내는 것과 북한을 포함한 3국 연합군사훈련을 하는 것엔 큰 차이가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인지 미국과 한국, 일본은 모두 중국과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우선 우리나라는 올해 의장국으로서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실 한중일 3국이 체결한 각종 협의체는 70여개에 달할 정도로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높다. 다만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로 중일 관계가 악화될 경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에서 개최된 한중일 고위급회의(SOM)에서 3국 대표들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세 나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확인하고 인적교류, 과학기술협력 디지털 전환, 지속가능개발과 기후변화, 보건의료, 경제통상 협력, 평화안보 선정 등 6개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미국도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을 초청해 미중 정상회담을 열 계획이다. 지금으로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마주앉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중국 매체는 양국 사이에 남아 있는 대만 및 남중국해 문제, 미국의 중국기업 제재 등을 겨냥해 “미국이 더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북중러 결속이 가시화되는 와중에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고, 미중 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움직임도 빈번하다. 북러와 한미일의 대립 속에 중국의 셈법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북중러 3국 연합군사훈련이 현실화된다면 ‘반미 연대’를 넘어서 이른바 신냉전 구도가 본격화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유럽도 더 이상 각자 국익을 고려한 다양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미국과 더욱 밀착할 수밖에 없다. 결국 중국이 미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유럽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경제발전을 도모할지 아니면 북러와 군사협력을 강화해 경쟁 일변도로 갈지 갈림길에 섰다.
한편, 중국 측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일대일로 포럼은 10월 17일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관계국들에게 이 날짜를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방중한다면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전쟁범죄 혐의 체포영장 발부 이후 첫 해외 방문이 된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