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최근 우간다, 앙골라, 스페인 대사관과 홍콩 총영사관에 이어 네팔 대사관도 폐쇄했다.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에서 연쇄적으로 재외공관을 철수하고 있는 북한의 남은 재외공관은 50여개 남짓이다. 최근까지 북한의 재외공관은 대사관 47곳과 총 영사관 3곳, 대표부 3곳이었다.
10일(현지시간) 네팔 일간 더카트만두포스트 등에 따르면, 조영만 네팔 주재 북한대사가 지난 6일 푸슈카 카말 다할 네팔 총리를 만나 대사관 폐쇄 결정을 전달했다. 더카트만두포스트는 네팔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북한이 경기침체와 변화하는 지정학적 환경을 대사관 폐쇄 결정의 이유로 들었다고 전했다.
대개 많은 국가들이 재외공관을 점차 늘려가는 추세인 반면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북한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우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가 강력해지면서 북한이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는 방증인 동시에 이와 연관해서 북한이 외교에서도 중국·러시아에 집중하는 구도를 만들려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두가지 이유 모두 궁극적으로 북한이 외교적 고립과 압박을 받고 있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재외공관 53곳 중 10곳 이상을 폐쇄한 것으로 파악되며, 이는 20%를 감축한 것으로 향후 추가 감축도 예상된다”면서 “공관 운영비 부족 등 외화난으로 인해 다중외교보다는 중·러 편중외교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또 “북한이 김일성시대에 진영외교뿐 아니라 제3세계와 비동맹외교도 펼쳤으나 김정일시대에서 거점외교를 하더니 김정은시대엔 유엔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니까 북한에 오후적인 나라들만 외교관계를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북한 인민군 장병과 근로자들, 청소년 학생들이 조선인민군 창건 72주년을 맞아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꽃바구니를 진정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2020.2.9./사진=뉴스1
사실 북한 대사관은 현지에서 면책특권을 이용해 불법 상거래 행위를 하고 있으며 외교행낭을 통해 본국에 밀수품 등을 보내는 역할을 해왔다. 그동안 북한대사관 직원들은 북한 당국이 만든 슈퍼노트(초정밀 위조 달러)를 진폐로 바꿔치기하고 마약 판매, 무기수출 등의 역할을 해왔다.
특히 아프리카 공관에서는 의사와 간호사 등 전문인력을 송출해왔고, 동상 제작으로도 꽤 많은 수입을 올려왔지만 안보리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원활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처럼 재외공관이 다양한 경제활동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서 대사관 유지비용을 충당하고 본국으로도 돈과 밀수품을 보내는 일이 힘들어지자 공관 축소를 결정한 것이다.
한편, 북한이 일부 지역에서 공관을 철수하는 대신 다른 지역에 공관을 신설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럴 경우 공관 재배치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북한이 공관을 신설하는 지역은 아무래도 대북제재를 회피하기 쉬운 곳이나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는 나라들로 반미연대 차원에서 상징성이 있는 지역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당초 북한의 수교국가는 159개 이상이었지만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부터 재외공관이 축소되어 현재 50여개 수준에 이르렀다. 국가가 대사관을 설치할 땐 관계가 좋거나 필요에 따라 하는 법인데, 북한이 우방국과 외교관계도 벅차서 재외공관을 폐쇄하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처음 아프리카에 있는 북한대사관 폐쇄 소식이 들렸을 때인 지난달 31일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전통적인 우방국가와 최소한의 외교관계도 유지하기 벅찬 것으로 보인다”며 “대북제재 강화로 공관이 외화벌이사업에 차질을 빚는 어려운 경제사정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 대사관은 주재하는 나라에서 마치 숨어 지내는 듯 대외활동이 없다는 전언도 있다. 특히 유럽국가들에 주재하는 북한외교관의 얼굴보기가 힘들다고 말하는 당국자도 있다. 지난 7월 17일 역내 안보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안광일 대사가 대화상대 없이 혼자 서성이다가 대사급 인사끼리 있는 공간에서도 10여분만에 자리를 떠난 일도 회자된 바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