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러 간 무기거래 등 군사협력이 노골화되고 북한의 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도 예상되면서 윤석열정부가 남북 9.19 군사합의에 대해 효력을 정지하기로 사실상 가닥을 잡았다.
그동안 군을 중심으로 정보감시능력과 훈련 등에 있어서 군사적 제한이 있다는 주장이 이어져왔고, 통일부는 14일 “정부는 북한의 행동을 주시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종합적으로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현재 결론이 났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으나 “9.19 군사합의는 우리군의 대북정찰능력과 군사훈련 등 방어태세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을 포함해 여러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돼왔다”고 덧붙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9.19 합의의 효력정지 여부를 결정할 ‘북한의 행동’에 대해 “예상할 수 있는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국방부는 “9.19 군사합의로 인해 취약성이 확대되고 있어, 효력정지 필요성에 대해 유관부서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 후보자는 1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9.19 합의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감시능력 태세에서 공간적·시간적 문제가 있고, 적의 후면을 실시간 감지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군사적으로 제한 사항이 없는 것이 적의 기만이나 기습으로부터 대비할 수 있어서 더 좋다”고 말했다.
북한이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용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진행했다고 15일 밝혔다. 노동신문은 1계단 발동기의 첫 지상분출시험을 11월 11일에, 2계단 발동기의 첫 지상분출시험을 11월 14일에 성과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2023.11.15./사진=뉴스1
윤석열정부 들어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예상되면서 시작된 9.19 합의 폐지 주장은 지난해 말 북한의 동·서해상 포병사격에 이어 북한 무인기가 남한 영공에 침투하자 윤석열 대통령까지 직접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북한 무인기 침투 당시 정부는 9.19 합의 효력정지를 말하면서 "북한의 영토침범 도발“을 제시했으나 이후 ”국가안보상 필요“라고 했으며, 최근 ”북한의 행동“으로 9.19 합의의 효력정지 문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는 이제 북한의 새로운 위성발사가 단행될 경우 이를 계기로 정부가 대북 정찰능력을 제한하는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동·서해지구 정찰 규제를 정상화시켜서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정찰작전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북한군 장사정포 등 군사 표적에 대한 우리군의 감시·정찰 능력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문재인정부인 2018년 남북 간 체결된 9.19 군사합의는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고 ‘완충구역’을 설정했다. 이에 따라 MDL로부터 서부지역은 10㎞, 동부지역은 15㎞가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됐다. 이에 따라 한미의 항공기를 활용한 감시·정찰이 일부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다.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는 국무회의 심의·의결만으로 결정할 수 있고, 이후 북한에 통보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9.19 합의 비준 때에도 통일부가 주체가 되어 국무회의에 상정했으므로 효력정지의 주체도 통일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여전히 남한이 먼저 남북 간 체결된 합의를 깨는 것은 북한을 규탄하는데 있어서 정당성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한이 역대 체결된 남북 합의를 먼저 파기 선언한 경우는 없었다. 특히 남한의 9.19 합의 효력정지를 빌미로 북한이 우발을 가장한 군사도발을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