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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만 빠진’ 中외교정책 발표…한중일 정상회담은 언제?

2024-02-03 08:00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새해 외교 방향을 제시하는 행사에서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와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 외교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유독 한국과 관련해서 별도로 발언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지난달 31일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2024년 신년 리셉션’을 열었다. 이 행사에 중국 주재 각국 외교사절과 국제기구 대표 및 배우자, 중국의 부문별 관계자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정재호 주중대사도 참석했다.

왕이 부장은 축사에서 먼저 “지난 1년 동안 신냉전은 모든 국가의 광범위한 반발을 불렀고,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우리는 대화와 협력을 견지하고 대국간의 우호적인 상호작용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에 대해선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통해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중국과 미국의 정상회담은 ‘샌프란시스코 비전’을 열었고, 양국 관계는 하락세를 멈추고 안정을 찾았다. 이는 세계의 일반적인 기대와 일치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에 대해선 “중·러 관계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새로운 유형의 대국 관계 모델을 만드는 것은 글로벌 전략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EU에 대해선 “대화와 협력을 심화하고 녹색 발전을 촉진하며, 다자주의를 공동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호주에 대해선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 궤도로 돌아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에 대해서도 “중·일 관계는 전략적 호혜 관계의 전면적인 추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1년 만에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서 나온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왕 부장은 아시아 주변국 외교정책도 언급하며 “친성혜용(親誠惠容·친하게 지내고 성의를 다하며 혜택을 나누고 포용한다)을 실천하고 ‘아시아의 집’을 함께 건설하는 든든한 동반자가 됐다”고 했다. 또 “아세안과 협력은 빠르게 안정됐으며, 란메이(메콩강 유역의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6개국) 협력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이 밖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팔레스타인 문제, 사우디아라비아-이란 간 수교, ‘글로벌 사우스’ 협력, 브릭스의 확장 촉진, 아프리카 연합의 G20 가입 지원 등도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 계기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2022.11.15./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왕 부장은 한국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았다. 자신이 지난해 말 부산을 방문해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및 협력도 말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중관계의 현 주소를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사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미·일·호주·베트남 외교장관과 전화통화를 가졌으나 아직 중국측과 통화하지 못했다.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이 취임 후 나흘 만에 중국의 카운터파트와 통화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공식적으로 한국과 관련해 언급하지 않은지 오래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중국 외교부장이 2017년 이후 신년 리셉션에서 한국을 언급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2018년·2019년에만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이 있었을 뿐이었다. 다만 미중관계는 꾸준히 언급됐으나, 중일관계에 대한 언급은 이번에 오랜만에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를 돌이켜보면 대만 및 공급망 문제로 한중관계가 소원해진 것은 분명하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에 따른 중국측의 반발이 노골화됐고, 심지어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내정간섭 발언이 큰 논란으로 비화된 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를 내놓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산업 및 핵심광물 분야에서 정부와 기업의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플라자 프로젝트 이사장)는 “국제정치가 급변하면서 안보 우위(냉전)-경제 우위(탈냉전) 시대는 종언을 고했고, 경제안보(미·중 전략경쟁)의 시대로 전환했다”며 “경제 및 기술 경쟁은 심화하고, 보호주의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그 결과 냉전 시기와 같이 국가와 산업정책의 귀환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2024년 세계 각국에서 안보 불안정성이 확대되면서 기업의 비용과 경제부담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업은 그 비용에 대비하고, 정부는 우선적으로 경제보호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정부가 모든 강대국과의 조화와 협력을 중시하면서 실리를 챙기는 ‘화용외교’(和用外交)를 추진할 것을 권고한다”면서 “보수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주요국들은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 경쟁에서 자국 유불리에 따른 현실적 행보를 할 가능성이 크다. 통상국가인 한국엔 비용 문제가 부각될 수 있지만 이런 추세를 잘 활용하는 ‘화용’ 정책은 오히려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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