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첫 영수회담을 앞두고, 회담 의제와 형식을 조율하기 위한 실무회동이 전날 무산됐지만 23일 열렸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천준호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이 이날 오후 국회에서 만나 첫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합의할 수 있는 민생 의제들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논의될 전망이다.
다만 현재 정부 최대 현안인 의대 증원과 관련해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낼 여지도 있어, 의제 범위는 열려 있다.
관건은 양측에게 민감한 의제들을 얼마나 깊게 논의할지 여부다. 영수회담 자체의 성사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구체적으로 어떤 의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 받을지 달려 있다.
양측이 실무회동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사진 왼쪽)이 2023년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위해 입장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민주당 강경파는 채 상병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 등 일명 '이채양명주'(이태원 사고·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 명품 수수 의혹 및 주가조작 의혹)를 거듭 거론하며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대표 또한 2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을 만나 이번 총선에 나타난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며 "국민께선 '살기 어렵다' '민생을 살리라'고 준엄하게 명령했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 대표는 "이번 회담이 국민을 위한 정치 복원의 분기점이 되길 기대한다"며 "대통령실과 정부, 국회가 함께 변해야 한다"고 국정 기조의 변화에도 무게를 뒀다.
아울러 이 대표가 추가로 언급한 의제 후보군으로는 '횡재세' 도입이 꼽힌다. '횡재세'는 금융사들로부터 수익을 환수해 금융취약계층 및 소상공인 등 금융소비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지원 사업에 쓰이도록 하는, 일종의 강제 징수다.
실제로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유가 시대에 국민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더욱 적극적인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를 언급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 의제에 대해 기본적으로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22일 1년 5개월 만에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직접 받아 "의제에 제약을 두지 않고 다양하게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합의할 수 있는 민생 의제들을 찾아서 국민들의 민생 안정을 위해 할 수 있는 몇 가지라도 하자는 얘기를 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영수회담에서 다룰 민생 의제 중 1순위로 꼽히는건 이 대표가 이번 총선 유세 과정에서 제시한 민생회복지원금이다. 전국민 1인당 25만원씩, 가구당 평균 100만원의 지급을 제안한 것으로 13조원 규모의 예산이 필요하다.
앞서 이 대표는 재원 조달 방법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제안했고, 이에 기획재정부는 반대 입장이라, 실현 여부는 윤 대통령의 결단에 달려 있다.
한편, 의대 증원의 경우는 현재 정부가 의료개혁특위를 출범시키고 의료계에 참여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까진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총선을 치른 후 처음 국회에서 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에 여·야·정부, 의료계,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보건의료 개혁 공론화 특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첫 영수회담에서 이 대표가 의대 증원을 의제로 삼는다면, 윤 대통령에게 이와 같은 의견을 적극 개진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