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제주맥주가 보통주 5주를 1주로 병합하는 80% 감자(자본감소)를 결정하며 주가가 10% 넘게 폭락하고 있다. 테마에 불이 붙었을 때 악재 공시를 내는 ‘K-증시의 전형적 패턴’이라는 한탄이 나온다. 대형주라고 다를 것은 없어서 LG화학은 내달 시행되는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사전공시의무제 도입을 앞두고 코스피 시가총액 3위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의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가 중단했다.
국내 주식에 대한 비판 여론이 연일 거세지는 가운데서도 우리 증시의 고질적 병폐는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사진=김상문 기자
18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주식에 대한 비판 여론이 연일 거세지는 가운데서도 우리 증시의 고질적 병폐는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제주맥주는 지난 17일 장 마감 후 80% 감자 공시를 냈다. 결손금 보전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다.
감자는 일반주주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대표적인 악재로 손꼽힌다. 회사의 재무구조가 좋지 않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제주맥주의 감자 사례는 그 타이밍마저 주주들의 반감을 자극할 만하다. 식음료 테마에 불이 붙어 여러 관련주들과 함께 제주맥주 주가 역시 이번 달에만 30% 넘게 상승하고 있던 터에 이번 공시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제주맥주의 흐름을 보면 개장 2분 만에 8%까지 상승했던 주가가 갑자기 방향을 꺾어 폭락하기 시작해 결국 약 13% 하락한 채로 마감됐고, 그런 뒤 감자 공시가 나온 것이다. 주주들로선 ‘걸려들었다’는 생각이 들기 딱 좋은 맥락이 형성된 셈이다. 어차피 사실 여부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는 이러한 반감은 국내 증시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요소가 된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소형주들에 대한 당국의 ‘단속’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반복된다. 그러나 대형주라고 해서 특별히 다를 것은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LG화학과 거기에서 물적분할한 LG엔솔이다. 이미 2022년 LG엔솔 상장 과정에서 LG화학 주주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줬던 LG화학에 대해선 최근에도 의구심 섞인 시선이 많아지던 터였다.
그 원인은 내달 24일부터 시행되는 블록딜 사전 공시 의무제도다.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상장사 임원이나 10% 이상 보유한 주요 주주는 지분 1% 이상을 거래하면 30~90일 이전에 가격·수량·기간을 공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주요 주주가 시간·가격·물량 등을 미리 정한 뒤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는 블록딜이 속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던 터였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의 최대주주로 81.84% 지분을 들고 있는 LG화학은 지난달 복수의 해외 증권사를 통해 1조~2조원 규모로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투자자 사전 수요예측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수요 확보가 쉽지 않았고, 다른 기업에서도 블록딜 추진 사례가 나오면서 중단된 것으로 파악된다.
만약 이번에 LG화학이 실제 블록딜에 나섰다면 시장 안팎의 강력한 비판에 직면했을 것으로 예측된다. 단, LG엔솔의 블록딜은 결국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예측도 여전히 존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성장세 둔화로 2차전지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제하면서 “‘사전 공시 의무제’ 시행 이후에도 (LG엔솔) 블록딜 재료는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