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이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시간'이다. 지난 29일 '사상 초유의 나흘 인사청문회'를 강행한 야당의 반발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면서부터다.
이뿐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방송 4법' 중 마지막 4번째 법안인 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이 30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서, 윤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검토할 전망이다.
22대 국회 개원 후 펼쳐진 여야 정쟁에서 현재 가장 뜨거운 이슈는 '방송통신위원장' 자리다. 윤 대통령이 후보자를 임명하면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등 '탄핵→재임명→탄핵'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민주당의 탄핵 추진으로 방통위원장 직무를 대행하던 이상인 전 방통위 부위원장이 자진 사퇴하면서, 방통위원이 단 1명도 없는 초유의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방통위원장 임명과 '방송 4법'에 대한 대통령실 입장은 단호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대통령실 국무회의실에서 2024년도 제31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7.16.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30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와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송부 요청안을 재가했고, 이에 대해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송부 기한은 오늘까지"라며 못을 박았다.
이르면 31일 윤 대통령은 이 후보자 및 후임 부위원장을 함께 임명해 방통위 정상화 조건인 2인 체제를 충족시킬 전망이다.
'방송 4법'에 대해서도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사회적 합의 및 여야 간 합의가 없는 야당의 단독 결의로 인한 법안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한다"며 "야당에서는 이미 폐기된 법안에 방통위법 개정안까지 포함해서 지금 방송 4법을 강행 처리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 4법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변경과 관련해서는 공영방송 제도의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상황인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또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입장"이라며 "이런 고려 하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방통위원장 임명에 대해 "법과 절차에 따라서 진행할 것"이라며 "야당에서의 (방통위원장) 탄핵 소추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때 상황을 지켜보시죠, 국회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민주당 또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입법 권력을 최대한 동원해 끝까지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 직후 취재진을 만나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지금 그것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방통위원장 임명에 대해서도 "방송통신위원장 인재풀이 고갈될 때까지 다 (탄핵) 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힘과) 타협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니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이 후보자가 임명되면 방통위 2인체제는 불법성이 있기에 즉각 (위원장) 탄핵에 돌입할 것"이라면서, 방송 4법이 재의결까지 가서 최종 폐기될 경우 민주당이 재발의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된 바 없지만 그렇게(재발의) 되지 않겠나"라며 "야당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민주당의 입법권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및 인사권이 팽팽하게 맞부딪히는 현 상황이 쉽게 풀리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거의 모든 사안에서 여야 합의가 실종된 '극단적 정쟁'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