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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부동산대책]집값 잡는 시늉만 하는 정부…양극화 심화 우려

2024-08-09 14:24 | 조성준 기자 | abc@mediapen.com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집값 안정을 위한 8·8부동산대책이 실질적 주택 공급 대안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파트-비(非)아파트' 및 '수도권-지방'으로 대조되는 부동산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시민이 서울 한강 이북에서 강남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일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공개하면서 국민이 원하는 곳에 우량 주택을 충분히 공급해 주거안정 및 주택시장 안정에 기여하겠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의 8·8대책 주요 골자는 재건축 등 정비사업 촉진·비아파트 공급 확대·그린벨트 해제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신규택지 후보지 8만호를 발굴하고 3기 신도시 인근 공공택지를 활용해 2만호 이상을 추가 공급하는 등 주택 공급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집값 안정이 바람대로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우선 국토부는 '재건축·재개발 촉진법(특례법)' 제정으로 1기 신도시 등 도심 내 37만호 규모의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신규택지 발굴로 약 10만호를 구상하는 것과 비교해 3배 이상 많은 규모로,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이 사실상 이번 발표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국토부는 조만간 특례법 제정안을 발의해 3년 한시로 정비사업의 최대 용적률을 법적 상한 기준에서 30%포인트 올려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3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일반 정비사업은 현행 최대 300%인 용적률을 330%까지 확대할 수 있으며, 역세권 정비사업 지구는 360%인 허용 용적률을 390%까지 올릴 수 있게 된다.

정비사업 추진 절차도 간소화한다. 국토부는 정비사업 기본계획과 정비계획의 통합 처리를 허용하고, 조합 설립 후 단계적으로 해야 했던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도 동시 수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통상 14∼15년 걸리는 재건축 사업이 8∼9년이면 이뤄지도록 촉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정비사업, 특히 재건축사업 촉진이 집값 안정에 기여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서울 강남3구·영등포구 여의도·양천구 목동,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에 집중된 노후 아파트는 국토부의 지난 1·10 대책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 지역 중 상당수는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높은 지역들로 꼽힌다. 만약 이 지역 아파트들이 속속 재건축 트랙을 탈 경우 용적률 완화(상승)로 새 아파트 분양가는 적지 않게 오를 전망이다.

실제로 1기 신도시 재건축 유력 선도지구 중 하나인 서현동 시범한양 전용 84㎡의 경우 현재 실거래가 평균이 13억 원 가량이며 호가 평균은 17억 원 수준이다. 

강남권 재건축은 이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은 실거래가 평균 26억9750만 원, 호가 평균이 27억4875만 원에 달한다. 

8·8대책 발표로 재건축 후보지들의 집값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고, 향후 재건축이 완료될 경우 가구 당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의 다가구·다세대 주택./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신규택지에 구상한 약 10만호보다 훨씬 많은 37만호가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서울·1기 신도시 알짜 지역에 공급된다면 초고가인 새아파트를 살 수 있는 일반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 지 회의적인 시선이 나온다.

오히려 재건축으로 비싸진 핵심지역 아파트 시세가 주변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려 부동산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서민의 아파트 진입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비아파트 공급 확대 방안도 양극화 심화를 부채질할 수 있다. 이에 시장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동산 가격 흐름은 아파트 시세가 주도하며, 이러한 이유로 대다수의 수요자들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싶어하는 현실을 도외시했다는 지적이다.

비아파트로 분류되는 다가구, 연립·다세대(빌라), 도시형 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을 공급 확대하고, 구매를 촉진하는 정책들이 나왔지만 비아파트 거래가 활발해진다고 아파트 가격 안정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

오히려 재건축으로 비싸질대로 비싸진 아파트와 비교해 공급이 늘어 가격 상승에 제약이 있는 비아파트 간 가격 격차만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과 인근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시 지정한 조치도 '부동산 양극화'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그린벨트를 일시적으로 풀어 신규 주택 8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해당 방안은 부동산 수도권 쏠림을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 서울 집값은 20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인천 역시 소폭 상승을 유지 중이지만 지방은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국 부동산 시장이 수도권 대 지방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서울 권역 그린벨트 해제 및 신규 주택 공급은 상대적으로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를 더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

도시정비사업을 통한 막대한 물량의 신규 주택 공급도 서울과 일부 1기 신도시 지역에 몰려있는 마당에 그린벨트까지 풀게 되면서 서울 및 수도권 공급에만 신경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대책은 재건축 촉진이 중심 내용으로 해석된다"면서 "서울·고가 아파트가 주로 부양 효과를 받을 수 있어 양극화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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