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지주회사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발표하면서 금융권의 인사 시계가 예년보다 빨라졌다. 주요 금융지주는 이달부터 올해 말 임기만료를 앞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승계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에선 5대 시중은행장 모두 올해 말 임기만료를 맞으면서 이들의 거취에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왼쪽부터)이재근 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농협은행장./사진=각 사 제공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회사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0일 회의를 열고 개정된 자회사 경영승계계획에 따라 자회사 대표이사에 대한 승계절차에 착수했다. 이는 당국이 작년 금융지주와 은행권 CEO 승계절차는 임기만료 3개월 전부터 시작하도록 권고한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 따른 것이다.
신한금융 자경위 관계자는 “이사회는 작년 상반기부터 경영승계 절차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해 왔으며, 이번 개정에 당국이 제시한 모범관행을 충실히 반영했다”면서 “개정된 경영승계계획에 따라 승계 후보군을 선정해 향후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을 위한 심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 외 지주들도 승계절차가 최소 3개월 전에 진행돼야 함을 고려할 때 조만간 관련 절차를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장 모두가 올해 말 임기만료를 맞이한다.
연임을 판가름할 최대 변수로는 ‘내부통제’가 지목된다. 금융사가 내부통제 의무를 위반할 경우 가해지는 제재 지침을 제시한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면서다. 올해 은행권은 각종 금융사고에 휘말리며 이에 따른 ‘책임론’이 부각되면서 수장들의 연임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평가다.
특히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수백억대의 횡령, 부당대출 등 은행의 신뢰를 뒤흔드는 대형사고가 잇따르면서 은행장들의 연임도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수백억원의 횡령사고에 이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의 부당대출 의혹이 드러나면서 우리금융 수장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김해지점에서 100억원대의 횡령사고가 발생해 곤혹을 치른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손 회장 친인척의 350억원대 부당대출 의혹이 적발돼 은행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혔다.
우리은행 부당대출 사태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현 경영진의 책임론을 제기한 데 이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침묵을 지켜왔던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매우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밝히면서 조병규 은행장의 연임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100억원 대 배임사고가 3건 발생한 데다가, 홍콩 ELS 여파로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비 58.2% 급락했다. 다만 2분 1조116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ELS 손실 관련 충당부채 및 대손충당금 등의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증가하며 이재근 은행장의 연임 여지를 남기고 있다는 평가다.
이석용 농협은행장 역시 최근 총 160억원대에 달하는 부당대출과 배임 사고가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가운데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이 중대 사고를 낸 계열사 대표의 연임을 제한한다고 밝히면서 쇄신차원의 인사가 단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올해 1분기 9286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리딩뱅크의 좌를 탈환하며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거취에 따라 연동될 가능성이 큰 만큼 내년 3월 임기만료인 함 회장의 연임 여부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