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이 약 5조 6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2단계로 강화됨에 따라, 증가폭은 전월 약 9조 6259억원 대비 크게 줄었다. 다만 주택담보대출 공급액이 가계대출 증가분을 훨씬 웃돈 것으로 나타나, 여전히 주담대 열풍은 상당한 모습이다.
이 가운데 전세대출을 받는 대출자를 중심으로 채무불이행 등의 문제가 최근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출자가 전세대출을 신청할 때 DSR 규제에 전세대출 이자를 반영하지 않는 까닭인데, 상환능력 대비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킨 게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이 약 5조 6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2단계로 강화됨에 따라, 증가폭은 전월 약 9조 6259억원 대비 크게 줄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금융지주 회장단과의 만남에서 "남은 3개월간 가계대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한 바 있는데, 주담대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세대출도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여력에 맞게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에서 공급된 주담대 잔액은 574조 5764억원으로 8월 말 568조 6616억원 대비 약 5조 9148억원 증가했다. 이 중 전세대출 잔액이 전달보다 2127억원 증가한 119조 49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지난 5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8월 신규 주담대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투자 열풍 속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앞두고 막차 수요가 겹치면서 약 9조 6259억원 폭증했다.
한 달 새 증가폭이 크게 줄어든 건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에 따른 대출한도 축소와 은행별로 내놓은 자체 대출 규제책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요 은행들은 1주택자인 대출자에게 신규 주담대를 공급하지 않고 있다. 대신 기존 주택을 처분·결혼·상속 등의 조건에 부합할 때에만 대출을 내어주는 식으로 규제하고 있다. 여기에 추석 연휴로 은행 영업일이 줄어든 점도 대출 감소에 영향을 줬다.
이처럼 당국과 은행권의 전방위적인 대출규제가 효력을 발휘함에 따라, 10월 가계대출도 꽤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전방위적 대출규제 속 전세대출은 여전히 맹점이 많아 궁극적으로 대출이 불어나고 있다.
박춘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브리프 포커스 '전세자금대출을 고려한 DSR 규제 방안에 관한 논의'에서 "(전세대출은) 임대인의 전세 보증금 미반환에 따른 채무불이행 위험에 노출돼 있고, 주택시장으로의 대규모 자금 공급원 역할을 함에 따라 가계부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서 "일반적인 대출 관련 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세대출의 명목적 대출자(차주)는 세입자(임차인)이지만 실질적으로 대출액은 전세보증금 형태로 집주인(임대인)에게 지급된다. 계약 종료 후 대출 상환 여부도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여부에 달려 있다.
이에 박 연구위원은 임대인과 임차인 각자에게 DSR 규제를 차등 적용해 채무불이행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연구위원은 "임차인에 대해서는 전세자금대출의 이자를 DSR에 직접 반영하고, 임대인에 대해서는 원금을 반영하기보다 DSR 규제수준을 현 수준보다 낮게 해 대출 여력을 유지시키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차인에게 대출이자를 DSR에 직접 반영하면 영끌·빚투 등의 무리한 대출을 예방하고, 이자 납입 연체 위험도 줄일 수 있는 까닭이다. 반대로 임대인에게는 기존 DSR값 규제 상한인 40%보다 낮은 수준으로 규제를 유지해 보증금 상환 목적으로 대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규제가 완화되면 실제 전세가가 하락해도 돈을 떼일 위험이 줄어드는 까닭이다.
다만 박 연구위원은 "실제 전세시장 관련 금융 안정은 그 규모를 고려할 때 전세대출 이자보다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상환 여부가 핵심임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은행권은 지난달 30일 김병환 금융위원장과의 만남 이후 다시금 릴레이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달 30일 비대면 주담대 상품을 개정하면서 우대금리를 최대 0.5%포인트(p) 낮췄다. 하나은행은 전세대출 감면금리를 최대 0.5%p 축소해 금리인상 효과를 유도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일 주담대 금리를 최대 0.2%p 인상했고,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 4일 주담대 금리를 최대 0.2%p 올렸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