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이 작년치를 뛰어넘을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올해 초부터 서울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분양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인상된 분양가가 공사비 상승 부담을 상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의 한 건설 현장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6일 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10위 내 대형 건설사들은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 약 19조240억 원 규모를 신규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10대 건설사 총 수주액 20조496억 원의 95% 수준으로, 올해 말까지 두 달 반이 남아 전년치를 뛰어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는 포스코이앤씨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포스코이앤씨는 현재까지 재건축·재개발로 3조3645억 원, 리모델링 1조3546억 원 등 총 4조71919억 원을 수주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전통적인 도시정비사업 강자다. 올해 들어 경쟁 건설사들이 선별수주에 집중하는 동안 보다 공격적인 수주전을 펼쳐왔다.
2위는 4조257억 원을 수주한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5년 연속 도시정비 수주 1위를 기록했는데, 연말까지 신반포2차, 미아9-2구역 등 사업규모가 큰 곳에 출격 대기 중이어서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삼성물산은 2조2531억 원을 수주해 3위다. 올해 건설 불경기를 의식한 듯 국내보다 해외 사업에 집중해온 삼성물산은 현대건설과 맞붙는 한남4구역 재개발, 신길2구역, 방배15구역 등 굵직한 사업지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다.
뒤이어 △대우건설 1조9443억 원 △롯데건설 1조6436억 원 △DL이앤씨 1조1809억 원 △GS건설 1조1737억 원 △SK에코플랜트 1조1185억 원 △HDC현대산업개발 5316억 원 △현대엔지니어링 4335억 원 순으로 수주고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주요 건설사들의 도정 수주 증가의 원인을 부동산 시장 분위기에서 찾는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작년 연말부터 부동산 불황이 짙어지면서 올해 초만 해도 건설사들이 수주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가 뚜렷했다"면서 "하지만 그 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면서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신규 분양 수요자가 늘어났고, 서울에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분양 단지가 속속 출현하면서 분양 시장이 살아났다"고 말했다.
분양가가 올랐지만 걸림돌이 되지 않고 있다. 청약 수요자들은 집값 상승 분위기에서 기꺼이 높아진 분양가를 지불했고, 건설사들도 분양 분위기가 순조롭게 흘러가자 더욱 적극적으로 도정 수주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 올해 중순 들어 인상된 공사비에 따른 분양가 상승을 조합이 받아들이면서 공사 갈등도 현격하게 줄었다.
금리 인하 기대감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가 지난 11일 본격 단행된 바 있다. 청약 수요자들과 건설사 모두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이전부터 염두하면서 도정 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는 결과가 나왔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금리 인하 기대감은 청약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매매 시 이자 부담을 경감시켜준다. 건설사들도 마찬가지로 신규 사업 자금 조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이자를 줄이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금리인하 기대감이 통상 부동산 시장 활성화 요인으로 꼽히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도 수요자도 부동산 시장이 좋으면 활기를 띄게 된다"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도 이전부터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몇 년 후에는 서울·1기 신도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신규 공동주택 공급에 있어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여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