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건설 현장에 외국인 사고 비율이 높아지면서 정부 당국이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의 한 건설 현장 전경(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아울러 외국인 건설 노동자 증가라는 현실을 반영해 중대재해처벌법 등 관련 규제를 재정비해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를 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외국인근로자 수는 11만873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70명(8.1%) 늘었다.
불법체류자 노동자를 더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외국인이 국내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증가로 안전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한다.
한 건설현장 소장은 "외국인이 많아지니 의사소통이 불가능해 업무 지시나 주의사항 전달에 애로 사항이 많다"며 "주로 같은 국적자끼리 몰려다니며 자기들 말로 대화하니 현장이 일사분란하게 돌아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건설노동자 증가는 일용직 고용시장 분위기도 바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노동자가 새벽 일용직 구인 시장에 나가도 외면받기 일쑤고, 일감을 받아 현장에 간다 해도 외국인 기술자들이 자국 사람들로 우선 팀을 꾸려 또 한번 소외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철근 등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높은 분야는 외국인 기술자가 자국 출신 인부로 팀을 꾸려 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언어도 같고 정서적으로 동질감을 느껴 국적별로 팀이 꾸려지곤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풍토로 조성되면서 현장 소장 등 한국인인 관리자와 유기적인 소통이 막히면서 하자를 일으키는 부실공사는 물론 사고 위험도 크게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외국인근로자 사망자 수는 지난 2021년 42명에서 이듬해 47명으로 11.9% 늘었고, 지난해에는 55명으로 1년 만에 17.0% 증가했다. 반면 내국인근로자 사망자 수는 지난 2021년 375명에서 2022년 355명, 2023년 301명으로 3년 연속 줄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건설현장의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당국이 외국인 노동자 증가에 따른 건설형장 사고빈도 증가는 외면한 채 단순히 사고가 나면 건설사에 책임을 묻는 것이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관리 의무 위반사항이 드러나면 책임자(최고안전책임자 등)를 처벌하도록 적시한다. 사망자 1명 이상, 동일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에 적용된다.
정치권에서도 중처법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 달 열린 대한건설협회·대한전문건설협회가 공동 주최한 한 세미나에서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 중대재해건수가 되레 늘고 있다" 며" 건설경기 침체로 착공 건수가 줄었음에도 재해건수가 늘었다는 점에서 법의 실효성에 의문이 생길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 건설노동자 증가는 특정한 이유가 아닌 구조적인 곳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면서 "앞으로 외국인 노동자 비율이 늘면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건설현장에서 사고 발생이 증가하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의 의사소통 한계에 있다"며 "이러한 점을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건설사들도 언어·문화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과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