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금융감독원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리 속도가 더딘 저축은행들의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하며 압박 강도를 높인다.
28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다음달 1일께 PF 정리 미완료 사업장이 많은 저축은행 CEO를 불러 면담하기로 했다.
대형사 중에는 웰컴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OK저축은행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CEO 면담 자리에서 경·공매 진행 속도가 더딘 업체들에 대해 사유를 점검하고 부실 사업장에 대해 구조조정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CEO 면담 이후에도 추가 점검이 필요한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직접 현장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경·공매 대상 PF 사업장 12조원 중 정리가 완료된 사업장 규모는 1조9000억원(15.8%) 수준이다.
이 중 저축은행업권 경·공매 대상 PF 사업장 규모는 2조1000억원인데 정리된 규모는 1800억원으로 8%대에 그친다.
저축은행의 부실 사업장 정리 속도는 새마을금고, 증권업계 등 다른 업권과 비교해도 현저히 느리다.
저축은행과 함께 PF 부실 우려가 컸던 새마을금고는 경·공매 대상 사업장 2조7000억원 중 7000억원(26%) 가량을 정리했다. 증권업계도 전체 부실 사업장의 13.5%를 정리 완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경·공매 표준 규정을 만들어 가장 먼저 PF 사업장 정리에 돌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속도가 더뎌 보인다"며 "대형 금융회사에 비해 저축은행들 규모가 영세한 경우가 많고 (회사 재산을) 오너 사유재산처럼 생각하는 경향도 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회복으로 사업성 개선을 기대하며 부실 PF 사업장 정리를 지연 중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공공자산 처분시스템 온비드 등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입찰가로 대출 원금 대비 120~130% 수준을 책정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러 가격을 높게 책정해 경·공매에 나서는 시늉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평균 대출원금 대비 70% 수준까지 가격이 내려오면 거래가 활발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저축은행들은 실적이 크게 부진한 상황에서 PF 사업장까지 헐값에 매각할 경우 건전성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환부 도려내기'는 제때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저축은행 업계에서 기대하는 향후 2~3배 부동산 가격이 뛰는 것은 어떤 정부가 되더라도 지금의 가계부채 수준이나 향후 경제성장 동력 측면에서 용인할 수 없다"며 "앞으로의 거시경제 상황에서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