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발급받은 후 사용하지 않아 장롱 속에서 잠자고 있는 휴면카드가 올해 3분기 말 1500만장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카드사들의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출시 경쟁과 캐시백 이벤트 등 일회성 마케팅으로 신규회원 모집에 집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휴면카드는 1년 이상 기간 동안 이용실적이 없는 개인·법인 신용카드를 말한다. 휴면카드가 늘면 카드사들은 회원 모집비, 카드 심사, 발급, 배송 등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용 증가와 고객 이탈에 대한 부담 등을 겪게 된다. 이에 신규 회원 유치와 동시에 기존 회원도 잡아둘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고심하고 있다.
또 방치된 휴면카드는 사용하지 않아도 연회비가 빠져나가거나 카드 복제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도 해지를 하거나 다시 사용하는 편이 좋다.
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 8곳(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올해 3분기 말 휴면카드 수는 1535만8000장으로 전년 동기(1345만2000장) 대비 14.2% 증가했다.
전체 카드사 중 휴면카드 수가 가장 많은 곳은 현대카드였다. 현대카드의 올해 3분기 말 휴면카드 수는 235만7000장으로 전년 동기(200만9000장) 대비 17.3% 늘었다.
현대카드의 휴면카드가 증가한 것은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3월 애플페이를 카드사 중 최초로 도입한 현대카드는 도입 첫 달에만 35만장 이상의 신규카드가 발급되며 회원수도 20만3000명이 증가했다.
그러나 애플페이에 교통카드 기능이 아직 도입되지 않은 데다 사용처가 일부 프렌차이즈와 편의점 등으로 적어 휴면카드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PLCC 확장도 휴면카드 증가 원인으로 꼽힌다. PLCC 발급량이 늘면서 사용량이 적거나 휴면상태인 카드가 늘어난 것이다.
PLCC는 카드사가 특정 기업과 손잡고 전용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다. 국내 카드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해당 기업의 충성고객을 자사 주요고객으로 만들 수 있어 항공, 유통, 카페 등 다양한 산업군과 손잡고 출시에 열을 올렸다.
지난해 7월까지 발급된 PLCC 발급수는 734만장으로 1년 전보다 112만7855장 증가했다. PLCC는 2015년 현대카드가 이마트와 손잡고 국내에 첫선을 보인 후 현재까지 꾸준하게 출시되고 있다.
또 토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을 통해 카드를 발급받고 정해진 기간 내 일정 금액 이상 결제하면 캐시백해주는 이벤트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주력 카드를 가지고 있음에도 니즈와 혜택에 따라 여러 장의 카드를 발급받은 후 보조 형태로 두면서 자연스럽게 휴면카드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어 신한카드가 올해 3분기 말 휴면카드 수 230만2000장으로 뒤를 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206만8000장) 대비 11.3%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KB국민카드는 195만1000장에서 214만5000장으로 전년 대비 10%, 롯데카드는 191만6000장에서 211만1000장으로 10.2%, 삼성카드는 176만4000장에서 201만8000장으로 14.4%, 우리카드는 151만2000장에서 165만8000장으로 9.7%, 하나카드는 136만8000장에서 164만1000장으로 20%, BC카드는 86만4000장에서 112만6000장으로 30.3% 늘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고객이 발급받은 카드를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만큼 카드사들은 휴면카드를 줄이기 위해 휴면고객의 과거 소비 이력을 토대로 한 개인화 마케팅 등으로 휴면고객의 이용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