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철강업계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응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보편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철강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이에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 투자를 검토하고 있으며, 포스코는 미국 정부와의 소통 강화에 나섰다. 업계 내에서는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철강업체들이 합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포스코에서 생산된 철강제품이 옮겨지고 있다./사진=포스코 제공
◆트럼프 2기 출범에 미국 수출 영향 받을까 ‘노심초사’
15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철강업계의 미국 수출은 276만7000톤으로 집계됐다. 2023년 259만2000톤에 비해 6.8%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2017년 354만3000톤과 비교하면 21.9% 크게 감소했다. 2017년은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한 해다. 1기 출범 첫해는 국내 철강업계의 수출이 전년 대비 5.3% 줄어들면서 큰 영향은 없었다.
2018년부터는 트럼프 영향이 극대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모든 수입산 철강재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우리나라 정부는 미국과 협상을 통해 무관세로 수출하는 대신 수출량을 쿼터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이로 인해 2018년 미국 수출은 급감했다. 이전까지는 300만 톤대의 수출량을 보였지만 2018년에는 254만1000톤으로 감소했다. 현재까지도 미국 수출은 쿼터 제한으로 200만 톤대를 유지 중이다.
철강업계는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무역장벽 강화 정책을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취임 전부터 밝힌 상태다. 국내 철강업계는 미국이 추가로 관세가 부과되거나 쿼터 물량을 줄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투자 움직임 확산…소통 강화에도 집중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철강업계도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먼저 현대제철은 미국에 제철소 건설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10조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미국에 연간 300만 톤 규모의 전기로를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고로와 전기로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도입해 친환경 생산체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이 미국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게 되면 미국 내 현대차와 기아 공장에 자동차 강판 등 철강재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또 트럼프 2기에 예상되는 무역장벽에 대응도 가능하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할 경우 관세를 피할 수도 있으며, 현대자동차를 넘어 미국 현지 글로벌 완성차업계에도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2025년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미국 투자 건에 대해 실행 시점과 지역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미국 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자문업체인 미국글로벌전략(AGS)과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해 미주법인 사무소를 워싱턴DC로 옮겼는데 이 역시 미국 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포스코의 미국 투자 가능성도 열려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해외에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인도와 북미지역을 꼽았다. 현재는 인도에 제철소를 건설하기로 확정했으며, 북미 시장에서는 미국 투자가 예상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2기에서는 수출을 확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며 “이에 철강업체들도 미국에 생산시설 투자를 통해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에서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대응에 나서는 철강업계에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TF’를 출범해 대미 통상 현안 대응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산·학·연 전문가들이 모여 통상현안에 대응하는 민관 협업 플랫폼의 역할을 할 예정이며, 장기적으로는 저탄소 철강 이행 등도 논의할 계획이다.
업계 내에서도 트럼프 2기 대응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통상 문제가 일부 업체에 국한된 것이라 아니라 철강업계 공통의 문제인 만큼 합심해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철강협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도 업계 내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 회장은 2025년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철강업계가 하나가 돼 보호무역주의 파고에 슬기롭게 대응해야 하며, 철강협회도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통상환경에 맞서 정부와 함께 업계가 협력해 적극 대응하면 위기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