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 9일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2주년 특집대담에서 필자는 문재인정부 첫 기획재정부 장관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떠올랐다.
특집대담에서 최저임금 속도조절에 동의하면서 '한국경제가 수용가능한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는 문 대통령 모습에서, '제조업 부진 속에 혁신산업을 늘려 청년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말에서, 또 '경제에 도움되는 것이라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누구든 만날 수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에서 김 전 부총리 행보가 겹쳐졌다.
김 전 부총리는 지난해 8월 정부 첫 공식인사로 삼성전자를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을 당시 한 언론이 '재벌에 투자 고용을 구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를 청와대가 표명했다'고 보도하자, 본인 명의로 반박 입장문을 냈다.
현역 경제부총리로 이례적으로 낸 입장문에서 김 전 부총리는 "국민이 바라는 혁신성장과 일자리창출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현 경제상황에서 이런 논란에 에너지를 낭비할 여유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번 특집대담에서 문 대통령 또한 '이재용 부회장과의 만남에 부담이 없냐'는 질문에 "이분법적으로 보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답했다.
김 전 부총리는 2017년 6월 임명된 후 경제부총리로 재임하면서 혁신성장과 규제개혁을 강조했고, 문정부의 경제기조인 소득주도성장(소주성)만으로는 안 되고 혁신성장이 같이 가야 한다고 누누이 지적해왔다.
그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갈등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지난해 11월 장하성 실장과 함께 경질됐지만, 앞서 사의를 표명하면서 "시장 수용성 측면에서 소주성에 대한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직언을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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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5월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 생방송 '문재인정부 2년 특집대담-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사회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사진=청와대 |
김 전 부총리는 지난해 9월12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소주성 핵심인 최저임금 인상 및 근무제 단위시간 조정과 관련해 "지금까지 추진해온 정책에 재점검이 필요할 것 같다"며 사실상 정책실패를 인정했다.
당시 그는 "여러 여건을 감안하면 고용상황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며 "시장과 기업 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현장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소주성) 정책의 속도를 유연히 조정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도 이번 특집대담에서 "자영업자라든지 가장 아래층 노동자들이 고용시장 밖으로 밀려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함께 해결하지 못해 가슴 아프다. 당장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그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소주성의 부작용을 일부 인정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서로 평가가 다르다"며 "이 부분은 시간이 더 필요한 부분이다. 최저임금 부작용조차도 긴 시간을 두고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해 고용참사·경기침체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문정부는 당시 장하성 실장과 대립하면서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수정하려 노력했던 김 전 부총리의 뼈아픈 지적을 경청해야 한다.
소주성은 성장의 과실인 소득을 성장 견인차로 삼으려는, 현실과 거꾸로인 정책이다. 경제가 명분대로 될 것이라는 생각만으로는 재정을 투입해 부작용을 메꾸려는 '재정 중독'에 빠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