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경고음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상황이다. 강대국과 글로벌 리더, 기업들은 기후 재앙을 피하자는 대원칙 속에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문제는 세상이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는 점이다. 기업 전략도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 한국 역시 기후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표완수)의 지원으로 제작된 이번 연재보도의 목적은 팩트체크를 통해 탄소중립의 현실을 짚어보고, 도약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기후 대응에 선도적인 국내·해외 사례를 담고자 했다. 미디어펜은 국내 사례에서 울산·포항·부산·제주 지역을 방문했고, 해외의 경우 스웨덴·스위스·프랑스에 코로나19 위험을 무릅쓰고 기자가 직접 찾아가 각국의 탄소제로 환경정책 성과와 현지 목소리에 대해 심층 취재했다. 연재 순서는 다음과 같다. [편집자주]
[시리즈 싣는 순서]
③원전 사업은 악마?
⑩우등생 프랑스도 이상기온엔 '속수무책'
⑪'기후 악당' 한국?…지자체 현실은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놓고 정권 말에 이르기까지 갑론을박이 끊이질 않고 있다. 원전의 실제 효과와 장단점을 간과했다는 업계의 지적이 계속해서 나온다.
탈원전이라는 에너지전환 정책 방향이 과연 맞는 것인지, 미디어펜은 각 내용에 대해 한가지씩 사실 여부를 짚어보았다.
1. 원전이 탄소 배출을 거의 하지 않는다?
원자력발전소가 온실가스를 거의 내뿜지 않는 청정에너지라는 주장이다. 이것은 사실이 맞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에 가깝지만, 정답은 맞거나 틀리다고 딱 잘라 말하기 힘든 '세모'다.
우선 핵연료 분열 과정에서 나오는 열을 활용하는 원전은 석탄, 석유, 가스 발전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 이것은 모든 관련 통계에서 공통된 결론이다.
다만 원전을 돌리는 발전 과정에서 수증기 등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수시로 해야 하는 정비 작업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나온다.
따라서 발전소 건설준비 단계부터 폐기까지 이르는 전 과정을 아우르는 '전주기 탄소 배출량'을 비교하면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2017년 2월 배포한 IAEA브리프 자료(아래 그래프 참조)에 따르면, 원전의 전주기 탄소 배출량은 수력발전 다음으로 적었다. 바이오매스는 물론이고 태양광 보다 확연히 적고 풍력과 비슷하거나 다소 적은 배출량을 보였다.
하지만 IAEA 발표와 상반된 연구 결과도 있어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진태영‧김진수 교수 연구팀이 지난 2018년 발표한 논문 'What is better for mitigating carbon emissions – Renewable energy or nuclear energy?'에 따르면, 원자력은 재생에너지와 달리 탄소 저감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영국 서섹스대학교 벤자민 소바쿨 교수가 2008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원전의 전주기 탄소 배출량은 66g/kWh로, 풍력 9.5g/kWh의 7배이고 태양광 32g/kWh의 2배에 달한다.
부산 지역의 원전 관계자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서로 상반된 연구 결과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각 연구 결과를 내기까지의 전제조건을 비교해야 정밀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상 그때그때 다르게 측정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분명하다"며 "논문의 가정과 연구 대상이 다르기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전했다.
2. 전세계는 탈원전 추세로 가는가
다음으로 확인할 이슈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다른 나라들이 원전을 줄이는 등 탈원전 추세로 가고 있는가이다. 이에 대해서도 정치권은 양분되어 논쟁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답은 나라마다 천차만별이라 하나의 방향으로 딱부러지게 말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먼저 이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신규 원전의 증가세를 살펴봐야 한다. 두번째로는 한국을 비롯해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전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어떤 방향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신규 원전은 증가하고 있긴 하다.
실제로 IAEA의 국가별 원전 현황을 살펴보면, 가장 많은 수의 원전(93기)을 운용하고 있는 미국은 2기를 새로 짓고 있다. 56기를 운용해 전세계 2위 원전 보유국인 프랑스는 1기를 건설하고 있다.
52기를 돌리는 세계 3위 원전 보유국 중국은 무려 14기를 새로 만들면서 가장 많은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은 4기를 짓고 있고, 인도 또한 6기를 건설 중이다. 현재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1~3기의 원전을 새로 짓는 실정이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KAIF)가 지난 9월 발간한 '2021 세계 원자력발전의 현황과 동향'에 따르면, 올해 7월을 기준으로 새로 건설 중인 원전은 52기인 반면 영구정지된 원전은 총 193기였다.
KAIF의 '2021 세계 원전 현황'에 따르면, 원전 신규 건설 건수는 중국 39기, 러시아 21기, 인도 14기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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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모습이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
하지만 원자력 업계에 따르면, 각국의 탈원전 추세는 사실이 아니다. 나라마다 다르다.
영국이 올해 신규 원전 13기를 새로 건립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웃나라 일본은 현재의 원전 비중(6%)이 너무 낮다는 판단 하에 2030년까지 20%를 넘기도록 에너지전환 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
IAEA는 미국이 2기만을 새로 짓고 있다고 보았지만, 업계에 따르면 미 정부는 지난해 10월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차세대 원자로 지원에 7년간 32억달러를 투자하기로 밝혔다. 또한 아이다호 주에 60MW급 중소형 원전 12기를 새로 건설하는 계획을 포함하는 탄소중립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입장에서 탄소중립과 원전은 함께 가는 방법인 셈이다. 영국 또한 롤스로이스 등을 주축으로 소형원전 16기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총 7기를 운영하고 있는 스페인은 3기를 폐쇄했고 건설중인 원전은 전혀 없다. 스페인 국내 전기생산에서의 원전 비중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현재 스페인은 장기적으로 탈원전으로 갈지 논의하는 상황이다.
3. 원전 발전단가, 신재생에너지 보다 낮다?
국민이 부담하는 전기요금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각 자원별 발전단가. 현재로서는 원전의 발전단가가 신재생에너지 보다 낮은건 사실이다.
아직까지 가장 싼 발전원이 원자력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원전의 전기생산 비중이 줄어들면 전기료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문재인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이 시작되면서 전기요금이 올라갈 수 밖에 없는데, 정부가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하게 개입하니 전기료는 그대로인채 한전의 적자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6월 28일 내놓은 한국자원경제학회 및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분석을 본보가 확인해보았다.
2020년을 기준으로 외부비용을 포함한 발전단가(균등화발전비용·LCOE)를 따져보면, 원전은 97.55원/kWh로 태양광(3kw) 100.33원/kWh 보다 낮다. 육상풍력은 144.28원/kWh, 해상풍력은 265.81원/kWh로 큰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향후 전망을 감안하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2030년을 기준으로 에너지원별 발전단가 대표값을 산출한 결론에서 태양광(3kw)이 원자력을 역전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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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빛 원자력발전소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 따르면, 2030년 발전단가는 태양광(3kw) 56.03원/kWh < 원자력 74.07원/kWh < 태양광(3mw) 81.78원/kWh < 육상풍력 95.08원/kWh < 태양광(100kw) 96.55원/kWh < 가스 127.61원/kWh < 석탄 134.69원/kWh < 연료전지 170.44원/kWh < 해상풍력 179.71원/kWh 순으로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기술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하락 추세인 것과 연관 있다. 반면 원전은 이미 기술 진보가 정점에 달해 있는 상태라 단가 하락 여지가 적은 셈이다. 앞으로 10년간 태양광 실용화 기술이 계속 고도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30년까지 10년간 발전단가 감소율은 태양광의 경우 마이너스 20.3%에서 마이너스 36.2%까지 달한다. 육상풍력은 마이너스 6.8%에서 마이너스 9.9%까지 발전단가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제주 지역의 태양광 발전소 관계자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발전 비용이 석탄과 같은 화력발전 비용보다 낮아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가 발생하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확대될수록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시장경쟁 원리가 그러하다. 최근 10년간 실제로 전세계의 태양광 발전비는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도 마찬가지이고 여기 제주도도 그렇다"고 밝혔다.
이어 "에너지원을 다양화하는 에너지 믹스(Energy Mix)에서 원자력발전과 태양광을 최대한 융합해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이 미래 최적의 대안이 될 것"이라며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선 원전을 유지 발전시켜가면서 태양광을 더 확대하는 방안 밖에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