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30년 감축 목표' 실현 가능성, 부문별 속사정은?
중소기업·원자재난·구조적 장벽 등 변수 관건…G7 보다 낮아
   
기후 변화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경고음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상황이다. 강대국과 글로벌 리더, 기업들은 기후 재앙을 피하자는 대원칙 속에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문제는 세상이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는 점이다. 기업 전략도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 한국 역시 기후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표완수)의 지원으로 제작된 이번 연재보도의 목적은 팩트체크를 통해 탄소중립의 현실을 짚어보고, 도약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기후 대응에 선도적인 국내·해외 사례를 담고자 했다. 미디어펜은 국내 사례에서 울산·포항·부산·제주 지역을 방문했고, 해외의 경우 스웨덴·스위스·프랑스에 코로나19 위험을 무릅쓰고 기자가 직접 찾아가 각국의 탄소제로 환경정책 성과와 현지 목소리에 대해 심층 취재했다. 연재 순서는 다음과 같다. [편집자주]

[시리즈 싣는 순서]

④배출저감 목표, 비현실적이라고?
⑩우등생 프랑스도 이상기온엔 '속수무책'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2030년까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최대 40%까지 줄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목표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목소리인데, 이와 관련해 미디어펜은 각 이슈에 대해 그 사실 여부를 짚어보았다.

1. 지역 중소기업들이 더 울상 짓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달 2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이 심의·확정됐다"고 밝혔다.

2018년 배출량 7억 2760만 톤을 40% 감축해 2030년 4억 3660만 톤까지 줄일 계획이다.

문제는 이와 관련해 작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경기 침체와 노동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중소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 계획에 따르면 중소기업계는 14.5%를 감축해야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탈탄소 경영을 지원하고 실태를 조사하는 내용을 담은 '탈탄소 중소기업지원법'은 아직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소위를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질적인 지원 방안이 미비한 것이다.

더욱이 태양광의 경우, 원자재난까지 겹쳐 중소기업계를 중심으로 긴축 경영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 저감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드는 격이다.

본보 취재에 따르면, 1년 전과 비교해 300% 이상 급등하는 등 태앙광 설비 핵심 원자재로 꼽히는 폴리실리콘의 가격 상승과 수급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폴리실리콘을 비롯해 유리, 알루미늄, 은, 구리와 같은 다른 핵심 원자재 또한 2020년 1월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해 태양광 모듈 가격 압박이 심각한 상황이다.

부산에 위치한 국내 중소 태양광 업체의 한 관계자는 본보 취재에 "업계는 여러모로 모듈 가격을 방어해 왔지만 적자 폭을 견디지 못하고 모듈가격이 인상되는 상황"이라며 "다만 이는 내년 상반기가 끝날 때쯤 풀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태양광 업계는 영세 사업자가 많아 원자재 가격 폭등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업체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대동소이하다. 어느 업체나 내년 상반기까지 가격 흐름을 지켜보면서 살아남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살아남기 힘든 구조"라고 토로했다.

   
▲ 풍력 발전기가 다수 설치되어 있는 강원도 대관령 인근 모습이다. /사진=미디어펜


2. 지자체 거리 규제 등 구조적 장벽 없나

또다른 문제는 정부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18년(6.2%) 대비 2030년(30.2%)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5배 가까이 늘리겠다고 계획을 세웠지만, 구조적인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첫번째 한계는 태양광 발전설비 간 이격거리를 규정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다. 경기 안성시의 경우, 시 조례에 따르면 태양광 설비 간 이격거리를 200m 이상으로 한다. 담배를 판매하는 가게 간 거리를 띄우는 규제와 같은 조치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 이격거리를 규제하는 지자체는 2017년 22곳에서 2021년 8월 기준 129곳으로 늘었다.

본보가 조사한 결과, 그 이격거리 반경은 20~1000m에 이르기까지 지자체별로 다양했다.

이뿐 아니다. 태양광 말고 풍력 발전설비에 이격거리 규제를 규정한 지자체는 53곳에 달했다.

본보가 취재한 부산 및 제주 지역 관계자에 따르면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기 위해, 또는 임야 훼손 등 시도민 민원이 늘어나서 이격거리를 규정한 것이었다.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본보에 주민 민원의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갈등을 중재하는 대타협 원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두번째 한계는 변전소 과부하 및 배전선로 부족 등 인프라 문제다.

울산 지역의 태양광 업체 관계자는 본보 취재에 "사업 인허가가 문제가 아니라 변전소 용량이 부족해 설비가 증설될 때까지 시간이 수년씩 걸린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는 "변전소 용량과 함께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 발전설비를 잇는 고압 송전선을 무수히 많이 설치해야 하는데, 예산 비용 문제가 가로막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인프라가 신재생 증설 속도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는 셈"이라며 "에너지 믹스라는 목표는 좋지만 이를 실제로 구현하려면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번째 한계는 발전시설 인근에 사는 주민들의 민원 문제다.

해상풍력의 경우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업계에서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꼽히고 있지만 주민 민원이 극심해 설비 확대가 더디다.

제주 지역에서 지난 2011년 10월 시작한 한림해상풍력발전사업의 경우 10년에 걸친 인허가 및 민원 해결 과정을 거쳐 2020년에야 비로소 첫 시공에 들어갔다.

해상풍력에 대한 주민 민원은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본보 취재에 따르면, 자연경관을 해친다는 비판과 어민들의 조업에 지장을 끼친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이러한 민원을 확실히 해결하지 못한다면, 시간이라는 리스크가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 제주항공우주박물관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사진=미디어펜

3. 목표 달성 위한 예산 확보는?

추가적으로 불거진 문제는 목표 달성을 위한 재원 여부다.

구체적으로는 '지키자는 구호만 있고 시행을 위한 예산 확보가 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어나고 있다.

본보가 지자체 수 곳을 취재한 결과, 쓰레기를 소각하지 않고 열분해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예산이 계획과 달리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올해부터 폐플라스틱 및 폐비닐 등을 열분해해서 재생유를 생산하는 플랜트 10기를 전국 각지에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올해 463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내년까지 각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모사업을 진행할 계획을 당초 내놨었지만, 올해 책정된 관련 예산은 6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열분해 기술을 검증하는데 쓰일 방침이다. 일선의 지자체 관계자들은 일반적인 생활쓰레기를 열분해하는 플랜트가 당초 계획과 달리 내년 말에 가서야 설치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 지역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본보가 묻자 "그린뉴딜은 사실상 정치적 결단에 의한 것"이라며 "시간과 예산 문제가 촉박하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르고 나면, 신재생에너지 기조를 정할 결정권자들이 전부 바뀐다"며 "사실상 그때 가서 계획을 다시 짜고 완전히 목표를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토로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실무자들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힘든 실정"이라며 "공모사업이든 시행사업이든 예산 확보가 관건인데, 그것부터 불투명하다"고 언급했다.

비용과 관련해 더 큰 차원의 문제는 정부가 이번 탄소 감축 목표와 관련해 예상 비용을 계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산업계 반발을 무릅쓰고 세운 이번 탄소 감축 목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지 계산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열린 국회의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정부 목표에 대해 "비용 추계 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정부는 당시 국감에서 이에 대해 "비용이 늘어날 요인과 줄어들 요인이 상존해, 비용을 예단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 제주도는 곳곳에서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은 제주시 오등동 버스정차장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소이다. 전기버스가 운행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4. 다른 나라에 비하면 목표가 과도하다?

지난 1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발표한, 2018년 대비 2030년 감축목표(NDC) 40%가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목표'라는 비판이 나온다.

주로 경제계에서 이러한 비판이 나오다. 이는 전 세계 평균 감축목표가 9%라는 점을 들며 우리나라가 유독 지나치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따르면, 감축목표를 갱신한 143개국의 2030년 배출량은 평균 9%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얼핏 보면 우리나라 감축 목표가 매우 높은 것은 사실인 셈이다.

하지만 이 평균 감축 수준은 현재 개발도상국 이하 후진국가들까지 포함하고 있어, 세계 10~12위 경제대국인 한국의 현 위치를 감안하면 '통계의 일반화 오류'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한국의 감축 목표는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주요 7개국(G7)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미국은 2018년 대비 44~47% 감축이 목표다. 독일은 34%, 영국 45%, 프랑스 46%, 이탈리아 52%, 일본 39%, 캐나다 39~44%다.

경제 규모가 세계 11위로 우리나라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러시아의 경우, 2018년 대비 오히려 4% 증가하는 수치를 목표로 제시했다.

우리나라 감축 목표는 G7에 준하거나 그 미만에 그친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 순위를 고려하면, 그렇게 높은 수치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