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생산·과잉소비도 환경의 문제, 공병환급제도도 한 몫
가정의 쓰레기 처리 방식이 스웨덴 친환경 생활의 첫걸음
   
기후 변화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경고음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상황이다. 강대국과 글로벌 리더, 기업들은 기후 재앙을 피하자는 대원칙 속에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문제는 세상이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는 점이다. 기업 전략도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 한국 역시 기후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표완수)의 지원으로 제작된 이번 연재보도의 목적은 팩트체크를 통해 탄소중립의 현실을 짚어보고, 도약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기후 대응에 선도적인 국내·해외 사례를 담고자 했다. 미디어펜은 국내 사례에서 울산·포항·부산·제주 지역을 방문했고, 해외의 경우 스웨덴·스위스·프랑스에 코로나19 위험을 무릅쓰고 기자가 직접 찾아가 각국의 탄소제로 환경정책 성과와 현지 목소리에 대해 심층 취재했다. 연재 순서는 다음과 같다. [편집자주]

[시리즈 싣는 순서]

⑧스웨덴 마트엔 1+1 이벤트가 없다?
⑩우등생 프랑스도 이상기온엔 '속수무책'

   
▲ 스웨덴 한 마트의 과일코너/스톡홀름=미디어펜 김하늘 기자

[스웨덴 스톡홀름=미디어펜 김하늘 기자] 한국과 스웨덴 사이 환경에 대한 인식 차이를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마트'다. 한국 마트에선 우유나 냉동식품을 고를 때 쉽게 찾게 되는 1+1 이벤트나 양손이 넘치게 구매를 해도 걱정 없는 배달 서비스를 스웨덴 마트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스웨덴 기업과 국민이 과잉 생산과 과잉 소비를 지양하는 생활 태도를 이 같은 판매·소비 정책에서 엿볼 수 있다.

   
▲ 미디어펜 인터뷰에 답하고 있는 조상우 디자이너(사진 왼쪽)와 조성진씨(오른쪽)의 모습/스톡홀름=미디어펜 김하늘 기자
스웨덴에서 10년을 거주하다가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이주해 생활하고 있는 조상우 디자이너와 조성진 씨 부부는 스웨덴에서의 삶을 통해 간소해진 식탁과 깨끗하게 비워진 접시의 기쁨을 깨달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조성진 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스웨덴에서 살기 시작한 이후 식사를 준비할 때 넉넉하고 분에 넘치게 차리기보단 내가 먹을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만큼만 준비하게 됐다"며 "장을 볼 때부터 더 많은 양을 사거나 저장해두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져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 스웨덴 한 마트에서 'Pant'를 부과한 캔 음료를 판매 중이다/스톡홀름=미디어펜 김하늘 기자
   
▲ 스웨덴 마트에 위치한 'Pant System'에서 한 시민이 공병을 반납하고 있다./스톡홀름=미디어펜 김하늘 기자
또한 이들 부부는 가정에서의 쓰레기 처리 방식이 스웨덴 친환경 생활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스웨덴 대부분의 가정에선 다 쓴 페트병, 캔 등을 함부로 버리지 않고 모으고 있다. 스웨덴의 독특한 제도 'Pant(공병환급제도)' 때문이다. 

스웨덴 마트에선 플라스틱 등 용기에 담겨있는 제품을 구입할 땐 용기에 따라 약 1~2크로나(1크로나는 우리 돈 약 130원) 정도가 추가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용기에 포함된 의무적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게 억울해하지 않아도 된다. 대부분의 마트에 설치돼 있는 'Pant System'에 다 쓴 공병을 반납하면 추가로 지불했던 비용만큼의 금액이 적힌 쿠폰을 다시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Pant System'은 아이들에게 일종의 경제 행위와 기부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기도 한다. 스웨덴의 10대들 중에서는 특별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더라도 틈틈히 동네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페트병이나 캔, 유리병 등을 모았다가 한꺼번에 마트로 가져가서 용돈 대용으로 쓰기도 한다.

또 모든 'Pant System'에는 현금 쿠폰으로 사용하는 것 외에 기부 버튼이 있다. 주로 저개발 국가 아동을 위해 마련되는 기금에 기부를 할 수 있는 것이다.

   
▲ 구스타프 휴젤리우스(Gustav Hugelius) 볼린 기후연구센터 소속 박사/스톡홀름=미디어펜 김하늘 기자
환경전문가들은 전 세계의 각 국가가 스웨덴과 같이 각자의 방법에 맞는 친환경 정책을 시급히 고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극해의 만년설을 통해 기후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는 구스타프 휴젤리우스(Gustav Hugelius) 볼린 기후연구센터 소속 박사는 각 국가별로 지역 조건에 맞춰 기후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산화탄소 방출을 줄이는 것이 기후 변화를 늦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각 국가별 특성에 맞게 안정성을 기반으로 한 태양열, 수력, 풍력 발전 등에 더 많은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북극은 최근 100년간 평균 기온이 3도 가량 상승했다"며 "산업혁명이 시작되던 시기인 1800년대 만년설의 크기가 유럽 대륙의 4배 이상이었으나 현재는 15억㎡로 유럽의 3배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빠르게 녹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모든 국가가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향후 지구 기온은 단기간에 평균 3~4도 가량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며 "만년설은 전부 녹게 되고, 해수면이 올라가 그린란드와 베네치아 등은 전부 바닷속으로 가라앉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 변화로 인한 재앙은 대륙별, 국가별로 다른 얼굴을 하고 찾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휴젤리우스 박사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선 극한의 건조함으로 물과 식량이 부족해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유럽 대륙에선 산불과 폭염이, 북미 등에선 급격한 태풍과 허리케인 등으로 인류가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 구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스웨덴 한 마트의 과일코너에서 발견한 친환경 봉투/스톡홀름=미디어펜 김하늘 기자
기자가 스웨덴에서 환경과 관련한 깨달음을 넘어 배웠던 또 다른 사고는 시행착오는 큰 문제가 아니다라는 점이다. 스웨덴에서 실패는 그저 성공을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국내에서도 스웨덴과 같이 친환경 사업을 시도하기 위해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때때로 친환경 사업은 자본 시장 논리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고, 사업이 실패로 돌아갈 때마다 비난과 질책은 지나치게 거셌다. 

지금 국내에서 필요한 것은 친환경 정책이 실패할까 두려워 움추러 드는 것이 아닌 다양한 고민과 시도가 활발하게 논의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아닐까. 환경을 돈과 동일한 가치로 매겨 매서운 눈으로 감시하는 것이 아닌 정부와 기업의 환경 정책에 조금 더 관용적인 시선이 필요한 때이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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