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정부의 의지를 보고 싶다
지난 8월 18일은 8.18 판문점도끼만행사건이 일어난 40년째 되는 날입니다. 그 당시엔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북한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김일성 혁명력사’ 수업 시간에 이 사건에 대해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푸에블로호 사건과 함께 김일성의 지휘아래 미국과 남조선괴뢰도당의 항복을 받아냈다고 배웠었습니다.
북한은 늘 남한보다 우월하며 승리를 강조합니다. 한문을 배울 때는 우리나라 절반 땅인 남조선엔 한문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통일이 됐을 때 남조선에 가서 혁명를 하려면 한문을 잘 알아야 한다고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면서 한문 경시대회도 열었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 체제가 점점 불안정해지고, 고위층의 망명이 잦아지면서 아직도 북한식 흡수 통일을 꿈꾸고 있을까하고 의심하고 있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지만, 저는 그 야망은 변함이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북한이 남한의 주민들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이나 방법은 진화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 해킹으로부터 시작해, 허위소문 유포, 여기에 광신적으로 북한에 동조하는 일부 사람들과 합세하여 대한민국의 위협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통일은 말로 하거나 협의를 이룸으로써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을 누구보다 잘 체득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북한을 상대로 평화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상이 과연 가능할 지 의문입니다. 역대 우리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은 다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북한의 반응은 늘 정 반대였습니다.
햇볕정책의 대북 지원에는 오히려 잦은 도발과 미사일 개발로 보답했고, 더 나아가 연평도 포격으로 우리 영토를 공격했습니다. 최근 북한은 해외에서 남한 사람들만 만나면 경기를 일으키듯이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며 마주서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에서는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때마다 의약품과 구호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통일은 막강한 힘으로 밀어 붙일 때 이뤄지는 것이다. 전쟁을 하자는 말이 아니다. 우리의 의지와 힘이 강령해야 평화통일도 가능한 것이다.” 말에 동의합니다. 저는 이 말은 다른 말로 해석하면 의지를 갖고 일관된 정부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관된 정부의 정책은 한반도 통일에 연관된 주변 국가들과의 태도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발제자는 미국이 유일하게 동맹국으로 한반도 통일의 강력한 지지자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셨는데 저는 동감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외교정책에는 일관성이 있습니다.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높이고 확산시키는 데는 전폭적이고 지속적으로 지원합니다.
이러한 정책은 북한주민의 정보접근권리 신장과, 북한 내에 민주주의와 인권 인식을 알리는데도 기여를 했으며 실제로 많은 일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우리가 바라는 통일을 이루는 데 기여를 할 거라고 믿습니다.
이와 반면에 군사문제나 지역 안보문제에 관해서는 단지 동맹국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고 책임을 다하는 정도로만 보여주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미국의 태도는 결국 한국의 태도에 따라 대응해 왔다고 보입니다. 저는 군사전문가나 안보분야의 전문지식도 없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관찰한 바에 따르면 그런 경향을 보였다는 말입니다.
또한 미국은 중국의 아시아지역의 안보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인지하면서, 중국과 대립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미국은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고 봅니다. 그와 반면에 중국은 미국의 군사기술 영향권이 중국국경에 가까워지는 것이 불쾌했을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우리정부의 의지가 견결하다면 중국도 큰 장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한반도 현상유지 정책은 북한체제의 생명 연장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고 분단 지속의 정책으로 해석 할 수 도 있지만 결국엔 당사자 한국의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일본도 기본적으로는 우리정부의 대북 정책기조와 함께 하고 있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일본만의 독자적으로 북한과 외교채널을 열어 왔고 이것은 일본 국익을 위한 것이지 한반도의 정책과는 함께 가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각 이해당사국들이 자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주변국들의 움직임을 조정할 수 있는 것은 직접적인 이해당사국인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얼마 전 전해진 소식에 의하면 북한에서 “우리의 소원을 통일” 곡이 금지곡이 됐다고 합니다. 그냥 하나의 뉴스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북한당국의 의도를 확인하는 데는 충분한 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에서 진정으로 통일을 바라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왜 북한주민들의 민주주의와 인권 의식 확산과, 정보의 자유와 접근권에 대해서는 우리정부가 소극적인지? 우리가 바라는 통일의 강력한 지지가 될 수 있는 주민들의 의식 변화에는 여전히 무관심 한지 묻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정부의 의지를 보고 싶습니다. 우리 가운데도 현상유지라는 병이 자라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오세혁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연구원
(이 글은 자유경제원이 지난 8월 18일 주최한 ‘생각의 틀 깨기’ 13차 세미나 <평화통일은 허구다>에서 오세혁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연구원이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오세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