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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쇼핑몰 영업시간 제한…공공재 규제가 상생협력이라고?

2017-09-06 11:55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현진권 경제평론가·전 한국재정학회장

올해 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다. 필자에게 올 최고의 피서지는 복합쇼핑몰이었다. 서울에 있는 '잠실 롯데월드 타워몰'과 하남에 있는 '스타필드'를 자주 이용했다. 둘다 거대한 건물로 지어져 시원한 내부에서 하루를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었다. 쇼핑몰에 있는 상점들은 모두 최고의 브랜드 상품들이었다.

따가운 태양을 피해 서늘한 실내 거리를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며 쇼핑하는 즐거움은 한여름 최고의 피서시간이었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의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선 비싼 입장료를 내야지만 복합쇼핑몰은 무료다. 물론 개별 상점에서 상품을 사기 위해선, 비싼 가격을 부담해야 하지만 강제성은 없다. 물건을 살 만큼 주머니 사정이 두둑하지 않아, 눈 쇼핑으로 하루종일을 보내도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다. 

경제학에 '공공재(public good)' 이론이 있다. 두가지 경제적 특성을 가진 재화를 공공재로 정의하였다. 첫 번째 특성은 사람들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재화로 '비배타성(non-excludability)'이라 한다. 둘째는 공동으로 사용해도, 사용하는 사람이 전혀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비경합성(non-rivalry)', 혹은 '공동사용가능(joint-consumption)' 특성을 말한다.

이 두가지 특성을 가진 재화를 공공재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에 전혀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공공재를 주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들이 주장하는 공공재의 의미는 정부에서 제공해야 하는 재화라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특성을 엄격히 정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오용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즉 공공재는 '정부가 제공하는 재화', 혹은  '정부가 제공해야 하는 재화'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경향이다. 정부가 제공하는 재화와 공공재는 아무런 논리적 연관성이 없다.

그럼 종합쇼핑몰은 공공재일까? 먼저 종합쇼핑몰에는 입장료를 받지 않으므로 누구든지 갈수 있다. 즉 비배타성을 만족시킨다. 둘째, 많은 사람들이 종합쇼핑몰을 이용해도 복잡하지 않으면 별로 불편함을 못느낀다. 비경합성 혹은 공동소비가능성을 만족시킨다. 따라서 종합쇼핑몰은 공공재를 정의하는 두가지 경제적 특성을 모두 만족시키므로 경제학의 정의에 따르면 분명 공공재다.

롯데월드타워∙몰 아트리움 광장에서 행사를 즐기고 있는 방문객들의 모습./사진=롯데물산


신세계 스타필드 하남 내부 전경./신세계그룹


일반적으로 정부에서 제공하는 재화만이 공공을 위한 재화라고 생각하지만, 민간에서 이윤을 위해 만들어진 재화도 충분히 공공재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즉 종합쇼핑몰은 롯데와 신세계와 같은 대기업에서 이윤을 목적으로 만들어 졌지만 결과적으로 공익을 위한 시설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이윤과 공익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재화인 셈이다.

우리 사회는 대기업, 특히 재벌집단의 경제활동을 탐욕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반기업·반재벌 정서가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 자신들의 이윤만을 위해 공익을 마다하는 탐욕적인 집단으로 오도한다. 종합쇼핑몰은 거대한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만이 조성할 수 있다.

이들은 비록 이윤을 위해 종합쇼핑몰을 만들었지만 결코 공익을 저버리지 않았고 오히려 공익을 만족시키는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지독히 더웠던 올 여름 잠실 롯데월드 타워몰에는 한달 평균 13만명, 하남 스타필드엔 6만8000명이 다녀갔다. 이들은 대기업이 이윤을 위해 만든 종합쇼핑몰을 비용없이 가족피서지로 즐길 수 있었다.

서울시는 시민들을 위한 피서지로 한강 잠수교를 모래해변으로 만들어 다양한 행사를 열였다. 이 시설은 시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졌으면서 일정의 입장료를 받는다. 서울시가 제공하는 시설이지만 입장료가 있으므로 공공재가 가져야 하는 비배타성 특성을 가지지 못한다. 따라서 서울시에서 시민을 위해 만든 피서시설이었지만 절대 공공재가 아닌 것이다.

정부에서 만드는 공공재는 비용도 많이 들고 효율적으로 제공할 유인도 없다. 반면 민간에서 제공하는 공공재는 매우 효율적으로 만들어지고 효과적으로 운영된다. 민간기업의 이윤이 걸려있는 비즈니스 영역이기 때문이다. 종합쇼핑몰같은 재화는 기업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공익을 추구할 수 있는 중요한 모델이다.

현 정부 국정기획 자문위원회에서 복합쇼핑몰에 대한 영업을 제한하는 규제를 만들었다. 그들이 주장하는 규제이유는 '더불어 잘사는 경제'이고 '대중소 기업의 상생협력'이다. 종합쇼핑몰은 돈없는 서민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다.

즉 더불어 잘살게 만드는 재화이고 상생협력의 재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원회는 똑같은 논리로 복합쇼핑몰의 영업시간을 규제하려고 한다. 잘못된 규제는 기업의 이윤과 공익을 동시에 말살시키는 최악의 규제다. /현진권 경제평론가·전 한국재정학회장

[현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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