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예멘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일 58만 명을 넘어서고 반대 집회가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과 제주도 각지에서 열린 가운데, 이번 사태를 예방하려는 난민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정치권에서의 논쟁이 점화됐다.
논쟁의 초점은 불법체류자 등 일부 '가짜 난민'들의 제도 악용을 어떻게 막느냐다.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은 지난달 27일 논평을 내고 "인권국가라는 거창한 포장지를 걸치려다 국민의 인권과 안전이 위협받아선 안된다"고 지적했고 김진태 의원이 "예멘 무슬림들로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는데 정부는 반대로 가고 있다"고 언급한 반면,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1일 "한국이 편협한 국익을 내세우고 있다"며 "난민 수용을 터부시하는 이 나라는 북한 주민에 대한 포용에도 관심이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 2011년 12월 난민법이 통과될 당시 국회 법사위원회 심사보고서에서도 '불법체류자의 제도 악용 가능성'이 지적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정황을 따져 가짜 난민과 진짜 난민을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난민 인정 심사에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제도의 악용을 막는 '난민신청 남용방지법'(난민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난민법에는 난민 불인정 기준이 규정되어 있지만 난민심사 회부 여부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권 의원의 개정안은 심사 신청단계부터 회부 기준을 마련하고 기준 위반시 법무부장관이 '난민 인정' 심사 회부를 거부할 수 있게 했다.
앞서 발의된 개정안 5건은 난민 처우 개선을 골자로 하지만, 권 의원의 개정안은 방향을 달리하고 있다.
개정안은 심사 회부 거부 기준으로 '대한민국 안전이나 사회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신원 확인할 수 없는 경우'·'거짓서류를 제출하거나 사실을 은폐한 경우'·'사정 변경 없이 반복해 난민인정을 받으려는 경우'·'경제적 이유로만 난민인정을 받으려는 경우'를 제시했다.
한국은 난민협약에 가입하고 난민법을 제정해 예멘인 등 난민들을 보호할 국제의무가 있다. 이에 따라 법무부의 출도제한조치로 당분간 제주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예멘인들은 향후 난민인정 심사를 4개월에서 6개월간 마칠 때까지 강제추방되지 않는다.
김도균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은 지난달 25일 이번 사태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예멘인 난민신청자에 대한 심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 명확히 하고 객관적이고 엄정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개별 면접 및 관계기관을 통해 이들의 '가짜 난민' 여부를 확인하는 등 객관적이고 엄정하게 심사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명확히 하겠다"며 "난민 불인정이 나오게 되면 돌아가야 하는데 이의신청 절차가 있고, 나머지 경우는 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불인정 후 이의신청자도 사유를 봐서 출도제한 조치를 풀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난민 수용에 대한 시민사회와 인터넷 여론은 찬반 논쟁으로 뜨겁다.
지난달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난민수용 반대' 청원이 올라온 지 13일 만인 2일 오전 58만 명을 넘어섰고, 비가 쏟아졌던 지난달 30일 주말 서울 광화문에서는 찬반 집회가 열린 가운데 이에 동참한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각각 '가짜 난민은 없다'와 '국민이 먼저다' 피켓 등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이번 사태가 불거지자 예멘을 무사증 입국 불허국으로 지정해 급한 불을 껐지만 사태의 근본원인으로 꼽히는 무사증 제도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상태이고, 기존 난민 제도가 불법 취업자들의 손쉬운 입국에 악용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 난민 인정률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한국이 난민 신청을 받은 1994년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24년간 신청자 4만470명 중 심사를 마친 이는 2만361명인데, 이들 중 난민으로 인정받아 한국에 주재한 난민은 839명(인정률 4.1%)에 그쳤다.
또한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의 경우 지금까지 총 982명이었고, 이 중 2.3%인 23명만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법무부는 이들에 대한 난민심사를 엄격하고 신중히 판단하되, 조속히 끝낼 방침이다. 국회에서 이번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난민법 개정안이 어떻게 마련될지 주목된다.
사진은 2016년 9월 국제이주기구(IOM)와 유엔난민기구(UNHCR)가 사우디 인도주의구호센터(KSrelief)를 통해 예멘 난민들에 대한 안전한 보호지원조치를 하는 모습./사진=국제이주기구 홈페이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