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 향배를 결정할 3월 주주총회를 목전에 두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강성부 펀드(KCGI)·반도건설이 삼각편대를 맺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흔들기에 나섰다. 우호 지분이 상대적으로 적은 조 회장이 경영권을 박탈당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조 전 부사장의 마음을 돌릴 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KCGI·반도건설과 지난달 31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의 현재 경영상황이 심각하다"며 "현 경영진은 개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문경영인제도의 도입을 포함한 기존 경영방식의 혁신, 재무구조의 개선 및 경영 효율화를 통해 주주가치의 제고가 필요하다는 점에 함께 공감했다"며 "다가오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와 주주제안 등 한진그룹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활동에 적극 협력키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곧 주총에서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의 한진칼 이사 연임에 반대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며, 또한 그룹 경영권을 두고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 소유 현황./인포그래픽=박규빈 기자
현재 조 전 부사장 측 지분은 총 32.06%다. 반면 조 회장이 확보한 우호 지분은 미국 델타항공과 정석인하학원·일우재단·정석물류학술재단 등을 다 포함해 20.67%다. 지난달 대한항공과 MOU를 맺은 카카오를 우군으로 본다 해도 21.67%에 지나지 않는다. 조 회장 측이 수세에 몰려있는 모양새다.
조 회장 입장에서는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여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 경우 33.45%로 3월 주주총회에서 '조현아 연합군'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게 된다. 이 고문이 조 회장을 지지한다는 소문이 있지만 이 역시 확실하지 않다. 조 전무 역시 어느 쪽에 설지 불분명하다.
지분이 줄긴 했기만 국민연금은 여전히 한진칼 지분 4.11%를 들고 있는 상태다. 아울러 국민연금은 최근 개정된 자본시장법을 통해 이사 해임을 좀 더 쉽게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조 회장의 인하대학교 경영학사 학위가 취소된 것도 악재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문재인 정권이 재벌 개혁을 천명한 만큼이나 조 회장의 운신의 폭은 좁아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4월 작고한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가족들끼리 협력해 사이 좋게 잘 이끌어 가라"고 유언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을 적으로만 둘 것이 아니라 그에게 경영 참여를 제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땅콩 회항'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물컵 사건' 이후 여론 등의 이유로 경영에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면을 파고들며 조 전 부사장을 등에 업은 사모펀드 KCGI는 한진칼에 대한 경영 참여를 시작하며 적자를 기록하던 칼호텔네트워크를 탐탁치 않게 여겨 정리하고자 했다. 호텔 사업은 조 전 부사장이 맡아오던 분야다. 그런 만큼이나 조현아-KCGI-반도건설 간 전략적 삼각 동맹도 언제 깨질지 모르며, 한진칼 경영권을 외부에 빼앗겨 그룹 전체가 투기세력의 먹잇감이 될 것이란 우려섞인 의견도 있다.
이 같이 적대 세력이 사방에 즐비한 만큼 조 회장이 대승적 차원에서 조 전 부사장에게 직책을 부여하는 등 마음을 돌릴 비책을 세워 분쟁을 멈추고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교수는 "한진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지속될 경우 한진그룹 전체가 사모펀드의 먹튀판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전 교수는 또한 "동시에 한진칼·대한항공이 또 다른 의미에서의 '주인 없는 기업'이 될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회사의 장기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워져 성장에 있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