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글로벌화는 다양성의 사회도 만들었지만 전세계를 단순화시키는 문제가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절감하게 된 감염병의 세계화이다. 바이러스 앞에서 세계가 평등해졌다. 원조를 주기만 하던 미국이 한국에 진단키트를 요청하게 만들었다. 또 정권의 위기감에 따라 외교 기조를 흔들어버린다. 사상 초유 G20정상들의 화상회의가 열렸지만 이 회의 직후 중국은 세계를 향해 빗장을 걸었다.
G20정상 화상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으로 열렸다. 이 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제공조를 약속하는 공동성명문도 나왔다. 지금 미국을 비롯한 세계가 따라하고 싶어하는 ‘K-방역’의 성공이 모범사례로 부각됐다. ‘코리아 방역’이 주목받고 있지만 세계의 절반이 한국에 빗장을 걸고, 중국에서 적반하장으로 한국인이 혐오 대상이 된 경험도 있다. ‘코리아 방역’의 성공은 감염병 재앙 속에서도 국제공조를 설득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외교력을 키웠다.
모처럼 한국이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정부의 투명하고, 개방적인 코로나19 위기관리가 성공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 정책은 우수한 진단키트가 뒷받침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외국 정상이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와 진단키트를 요청할 정도다. 아직까지 정부가 감염병 관리에서 가장 손쉬운 ‘입국제한’ 대신 ‘특별입국절차’로 개방유지정책을 유지하면서 방역뿐 아니라 경제‧외교 문제까지 생각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 산업‧기업의 경쟁력이 정부의 외교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진단키트와 ‘드라이브 스루’를 비롯해 의료진의 희생과 우수한 시스템 덕분에 그나마 국내 확진자 수가 27일 현재 9332명에 달하지만 사망자 수가 140명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한달 평균 276명이라고 하니 이보다도 적다. 무엇보다 중국 우한이나 이탈리아처럼 고령의 확진자를 방치하다시피해서 사망하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에 감사할 일이다. 이제는 확진 급증세인 미국과 유럽 발 입국자 관리에 정부가 총력을 기울일 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댄 스카비노 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 공식 트위터
이렇게 볼 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아쉬운 대목은 ‘마스크 대란’이다. 감염병 대처에서 모든 것을 다 잘하기란 어렵겠지만 정부가 신속하게 마스크 수출을 중지시키고, 마스크 사재기를 단속하지 못한 탓에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었다. 뒤늦게 적발된 마스크를 시중에 풀었지만 한곳에 집중되면서 한 대형마트 앞에서 수백미터에 이르는 줄서기가 연출된 것을 청와대도 뼈아프게 생각한다는 말도 들었다. 지금도 마스크를 사러 갔던 걸음은 헛걸음이기 일쑤여서 ‘희망 고문’이 되고 있다. 개학 시기를 맞았는데 정작 학생용 소형 마스크가 부족한 것도 아쉽다.
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유행 초기 중국 후베이성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를 비슷한 확진세였던 중국 내 2~3개 지역으로 확대하지 못한 것은 방역뿐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크게 아쉬운 점이다. 우호적인 외교정책을 펴는 것과 상대국에 끌려 다니는 것은 다르다. 특히 국민안전을 위한 방역 문제에서 ‘중국 눈치보기’를 했다는 비판을 남기게 됐다. 정부가 일본정부의 조치에 대한 상호주의로 무비자입국을 중지했을 때에는 ‘강경 대응’이라는 지적을 불렀다. 일본에 대해서만 ‘눈에는 눈’으로 대응해 정부 스스로 일관성을 무너뜨린 결과이다.
G20 회의 이전 중국과 미국은 책임론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그리고 이제 미국 내 확진자 수가 중국을 앞지른 상황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외국인에 대한 전면 입국금지 조치를 결정했다. 한국정부가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해 항의도 해봤지만 코로나19 사태 책임을 벗어나려는 시 주석의 정치적인 결정에 국제예양은 헌신짝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은 G20 회의 이후 한국과 중국을 향해 입국제한을 한달 더 연장했다. 도쿄올림픽 연기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아베 일본 총리의 정치셈법도 복잡할 수밖에 없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한미 방위비협상에서 양보없는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 재앙 앞에서 한국정부가 선택한 투명하고 개방적인 정책은 감염사태의 완전한 종식 때까지 지속적으로 도전을 받을 전망이다. 세계 대유행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것으로 보여 언제까지 ‘공항 검역’으로만 버틸 수 있을지도 우려스럽다. 여기저기서 생태계 붕괴를 호소하고 있을 정도로 경제적 충격도 크다. 그래서 문 대통령과 외교당국이 세계 각국에 기업인의 예외 입국 허용을 호소하고 나섰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지 않기를 바란다. 생명과 함께 경제‧무역 보호에 앞장선 한국의 ‘코로나 외교전’이 승리하기를 바라는 이유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