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모습의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사진=연합뉴스 제공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코로나19의 전세계적 유행으로 글로벌 항공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줄도산과 대량 해고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한항공이 유휴 자산과 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이고, 나머지 항공사들도 자구 노력을 하고 있으나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될 경우 감원 등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글로벌 항공 컨설팅 기관 CAPA는 글로벌 항공업계 줄도산을 전망했다. 실제 남미 라탐항공·아비앙카항공·아에로멕시코 등 거대 항공사들이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아직 파산한 상태는 아니나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는 항공사들도 있다.
유나이티드항공 A321XLRs 여객기./사진=에어버스 제공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인력 45% 가량 구조조정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직원 3만6000명에 대해 10월 1일부터 무급 휴직을 적용한다고 통보했다. 이들은 객실 승무원 1만5000명, 조종사 2250명, CS 파트 1만1000명 등이다. 올해 1분기 유나이티드항공은 17억달러 순손실을 냈다. 미 연방 정부는 오는 9월 말까지 유나이티드항공이 직원 임금을 보전하는 것을 조건으로 50억달러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나, 이 회사의 일일 손실액은 4000만달러에 달한다.
아메리칸항공 A321XLRs·루프트한자 A380 여객기./사진=에어버스·루프트한자 제공
아메리칸항공은 10월부터 잉여 인력이 2만명 수준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만큼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델타항공은 지난달 조종사 2558명에게 무급휴직 전환 가능성을 알렸고, 상대적으로 연비가 좋지 않은 점보기를 퇴역시키고 있다. 델타항공의 고위 관계자는 "올 한 해 매출이 지난해 여름 매출의 25% 수준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 연방정부와 국책은행인 독일재건은행으로부터 유동성 지원을 받고 있는 루프트한자도 직원 1만명을 해고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12억유로 순손실을 기록했고, 시간당 100만유로씩 지출하고 있다.
대한항공 B747-8i 여객기/사진=대한항공 제공
국내 항공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나 아직까지는 인력 감축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가 올 하반기 이후에도 계속될 경우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항공업계 맡형 대한항공은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있어 살아남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지원받은 상태다. 이것으로는 부족해 대한항공은 1조127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외에도 송현동 호텔 부지·왕산마리나·기내식·기내 면세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은 부서와 직군에 따라 순환 휴직을 선별적으로 시행 중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화물 등 업무량이 많은 부서의 경우 급여 감액이나 휴직을 적용하지 않으나, 여객사업부나 공항 근무자들에 대해서는 순환 휴직이 이뤄지고 있다"며 "10월까지는 현재 근무 체제가 유지된다"고 전했다. 인력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진에어는 전 직렬 순환 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진에어 관계자는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비상경영체제를 가동 중인 제주항공은 인력의 70%가 빠져있는 상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조종사·객실 승무원·일반직 등 직군을 가리지 않고 유급 휴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정부로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 있어 해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대외비이기 때문에 자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으나, 자구 노력은 꾸준히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항공업계 한 전문가는 "글로벌 항공업계의 인력 구조조정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면서 "국내 항공사들은 해고를 어렵도록 규정하는 현행법으로 촉발된 고용노동시장의 경직성 탓에 다 떠안고 가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인력 감축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무기한·무급 휴직이 보편적인 미국에서와 같은 일시 해고 제도를 도입해 업황 회복 시 업무 복귀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