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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응징' 디지털교도소 재개, 막을 수 없나?

2020-09-16 15:11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성범죄자로 추정되는 개인들 신상을 공개해온 웹사이트 디지털교도소의 전면 차단이 힘들어져, 위법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위법 논란을 일단락 짓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위)의 결정 때문이다.

방통위 통신심의소위원회는 지난 14일 디지털교도소의 차단 여부를 긴급 안건으로 상정하고 차단 여부를 심의했지만, 최근 불거진 디지털교도소의 폐해에도 불구하고 사이트 전체를 폐쇄하는 것은 '과잉 규제'라는 의견이 컸다.

심의위원 3 대 2의 다수결 끝에 성범죄자 신상정보 10건 및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7건만 차단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방통위의 이러한 결정이 디지털교도소의 위법 행위에 사실상 면죄부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디지털교도소 2기 운영진은 9월 11일 텔레그램 플랫폼을 기초로 한 게시판에 공지사항을 올려 디지털교도소를 다시 열었다고 밝혔다./사진=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 캡처

경찰은 이미 디지털교도소 1기 운영진에 이어 2기 운영진을 대상으로 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 15일 경찰에 따르면, 사건을 맡은 대구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기 운영진을 '승계적 공범'으로 판단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승계적 공범은 선행자(디지털교도소 1기 운영진)의 범행에 참여하는 공동 정범을 말한다.

1기 운영진은 지인능욕(지인 얼굴에 음란사진을 합성해 온라인 공유하는 행위) 범죄를 저지렀다는 의혹을 받아 디지털교도소에 신상이 공개됐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대학생 정모(20)씨 사례가 세간에 알려지면서부터 수배 대상으로 전락했다. 서버는 해외에 있고 운영자는 여러 명으로 추정된다.

법조계는 명백하게 불법을 저지른 디지털교도소에게 정부가 공식적으로 면죄부를 주었다는 점을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16일 본지 취재에 "사적 처벌, 사적 응징 자체가 법 위반"이라며 "신상공개 또한 굉장히 잔혹한 범죄가 일어나거나 사회적으로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건이 일어나는 등 여러 조건이 맞아야 공개위원회가 열려 당사자의 신상 공개를 결정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디지털교도소는 아무런 권리가 없는데 단지 운영진이 익명으로 활동하고 해외 서버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려는 것"이라며 "관련 법제도가 미비해서 양형 기준이 마음에 들지 않고 세간의 여론이 우호적이라고 해서 정부가 범법자들 그냥 두고 보자는 얘기"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디지털교도소의 문제는 취지가 정의롭고 설사 완벽한 증거와 자료로 신상 공개를 하더라도 억울한 피해자, 무고한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이 전혀 없을 것이라는 차원이 아니다"라며 "약자를 대변하겠다는 선한 취지라도 법을 어기면서, 스스로 범죄자가 되면서 익명의 그늘 뒤에 숨는 초법적 행위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도 이에 대해 지난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질의응답에서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디지털교도소 내용 자체가 명예훼손이다. 시정명령을 하고 그래도 안 되면 형벌 조항까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본지 취재에 응한 한 경찰 관계자는 "디지털교도소에 대한 방통위 결정이 아쉽기만 하다"며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수단의 위법이 사실상 용인된 첫 사례라서 내부적으로 의아해하고 있다. 그래도 수사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레 전했다.

익명의 그늘에 숨은 디지털교도소. 잠정적 가해자를 무고한 피해자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어떤 결말을 낳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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