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대표적인 강성 노조인 국내 자동차 노조의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
매해 반복되던 파업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몇 년 사이 시대의 변화에 맞서 서서히 변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는 하고 있지만 이를 행사하기 보다는 교섭에 총력을 기울이며 관행처럼 이어왔던 파업을 피하는 모습이다.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들./사진=미디어펜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쌍용자동차와 현대자동차가 지난 7월 말 여름휴가전 임금협상을 타결한 데 이어 한국지엠과 기아 역시 곧 임금협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자동차 업계 전반에서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먼저 쌍용차는 지난 12년간 꾸준히 무파업으로 임단협을 타결해 왔다. 현대차는 최근 3년동안 단한 번의 파업 없이 속전속결로 임단협을 마무리하며 글로벌 시장의 침체기라는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해 왔다.
쌍용차는 국내업계 중 가장 오랜 기간동안 임금협상을 무분규로 가장 빠르게 타결하는 모습을 보이며 노사가 하나 된 모습으로 회사 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이같은 노사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피해 상황을 고려해 임금협상 교섭을 파업 없이 추석 전인 9월25일 조기 타결했다.
전임 노조 집행부가 교섭에 나섰던 지난 2019년에도 한일 무역분쟁 여파에 따른 국가적 위기 상황을 감안해 임단협 교섭을 추석을 앞둔 9월 2일 무파업으로 마무리 지었다.
올해는 사측이 큰 폭의 기본급 인상과 높은 액수의 일시금을 제시한 데다, '산업전환 대응 관련 미래 특별협약' 체결을 통해 조합원 고용안정에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으며 여름휴가 전 무분규 타결이라는 기록을 만들어 냈다는 평가다.
기아와 한국지엠도 비슷한 모습이다. 기아는 올해 파업 없이 이미 잠정안을 도출해 조합원 찬반 투표를 앞두고 있다. 한국지엠도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65% '찬성'표를 던지며 2021 임금협상을 최종 타결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지엠의 경우 앞서 부분파업을 단행하기는 했지만 이는 지난해까지 보여줬던 작심한 파업과는 성격이 달라 보인다. 회사의 타격을 주기 위한 파업이라기 보다 집행부의 명분을 만들기위한 일시적인 단체 행동의 성격이 더 짙다.
그렇다고 파업이 정당화 될 수 는 없겠지만 큰 무리없이 임금협상을 마무리 짓고 회사의 경영정상화와 적자탈출을 위해 노사가 화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한국지엠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르노삼성 역시 현재 관행적 파업을 자제하는 동시에 노사 양측이 막바지 총력 교섭을 진행 중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전날 한국지엠이 무파업으로 올해 임금협상을 마무리한 것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KAMA는 "한국지엠의 경우 한 차례 부결이 있었으나 노조 집행부가 연례적 파업 관행을 버리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도출한 것은 우리 노사관계의 생산적 변화와 산업평화 정착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투표에서 부결되면 곧바로 파업이 이어졌던 관행과 달리, 이번에는 부결에도 불구하고 대화로 협상안을 타결한 것은 산업평화 관행을 축적하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노사 대부분이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쳐 합법적인 쟁의권은 확보했다. 하지만 소득이 없는 파업 대신 교섭에 총력을 기울이며 변화의 초석을 다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세대교체 등으로 소보적인 신경전을 대신해 신리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 노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현대차가 3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한 것이 큰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며 "코로나19 여파와 반도체 부족 현상 등 자동차 업계 전반에 걸친 위기상황을 노사 모두 공감한 사례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