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과 국제 유가 그래프가 우상향을 그리고 있어 항공업계와 해운업계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이 외에도 반도체 업계는 제조 공정상 필수인 소재의 가격이 올라 공급난을 겪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원-달러 간 환율은 1237원으로, 전일 대비 9.9원 상승했다. 장중 1230원대를 찍은 것은 2020년 5월 말 이후 1년 9개월만의 일이다.
하이드런트 펌프 트럭이 지하 배관과 연결된 지상 급유전을 통해 항공기 급유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대한항공 제공
환율이 급격히 오른 이유는 석유 가격 폭등에 있다. 9일 이날 오전 2시 기준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전일 대비 7.66% 오른 132.7달러에, 서부 텍사스산 원유도 배럴당 128.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 상황이 길어지고 있고, 미국·영국·EU를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대 러시아 석유 금수 조치를 내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영국 석유 회사 로열 더치 쉘은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고, 시장은 공급량 축소로 받아들였다. 러시아가 전 세계 석유 공급량 중 11%를 담당하고 있어서다. OPEC+는 기존 증산 계획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미국 투자 은행 JP모건은 185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00달러까지 국제 유가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일각에서는 '3차 오일 쇼크'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환율과 유가가 요동을 치자 항공사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전체 영업이익 중 30% 가량을 유류비로 지출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는 항공유가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 하고자 정해진 가격에 미리 사두는 헤지 거래 방식을 채택한다. 계약 가격 대비 상승하면 이익을 보는 구조지만 고유가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경우 영업이익률 하락은 명약관화 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대한항공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최근 5개년 평균 연간 3000만 배럴을 항공기 등에 급유한다고 밝혔다. 항공유가가 1달러 오르면 3000만달러(한화 약 371억1000만원)씩 손해를 보는 것이다. 항공기 정비·부품 수입 등 제반 사항에 대한 결제도 대부분 달러로 이뤄진다.
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대한항공은 490억원 상당의 환차손을, 재무제표상 현금 흐름에 있어서는 190억원 가량 손실을 입는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도 환율이 10% 상승하면 당기순손실이 3867억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악재 속에서도 다행히 양대 항공사는 화물 운송 영업으로 손실 폭을 다소 줄일 여지가 있다. 하지만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사실상 여객 운송이 사업 모델의 전부이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태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는 재무 구조를 개선할 방도가 달리 없어 시장 안정세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LCC들은 외부 변수로 인한 경영난 가중을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셈이다.
해운업계 역시 벙커C유 가격 인상 압박에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기준 톤당 국제 해운 벙커C유 가격은 지난해 1월 고유황유 441달러, 저유황유 338달러였다. 하지만 지난 2월 각각 738달러, 526달러로 각각 67.35%, 55.62%나 올랐다.
HMM 관계자는 "유류 할증료 등 각종 부대 비용은 해운업계에 분명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제조 필수 소재의 공급난도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글로벌 팔라듐 생산량 중 약 40%를 차지한다. 국제 사회의 대 러시아 제재 속에 팔라듐은 6일 연속 가격이 올라 9일 온스당 3002달러, 그램당 96.5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반도체 생산용 레이저 광원에 쓰이는 크립톤은 우크라이나·러시아에서 80% 가량 생산된다. 네온 가격도 지난해 대비 3배 가까이 오르는 등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관련 기업 부담이 늘고 있다. 때문에 제2의 요소수 사태를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의 쌀'로 통하는 반도체 문제는 자동차·각종 전자 제품과도 직결돼 있어 해당 제품 생산 기업은 타격을 입게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새 파운드리 라인을 세운다고 밝힌 만큼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길어질수록 생산 차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