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 침체기가 길어지고 있다. 연초 대비 한국 증시는 주요국 어느 나라보다도 많이 떨어졌으면서도 회복은 늦게 되고 있다. 이유야 찾자면 많겠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미국발 금리인상 등 대외변수 대응에는 어차피 한계가 있다.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할 시기다.
마침 한국 주식시장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의 적’이 하나 있다. 없는 주식을 빌려서 파는 의미의 공매도(空賣渡)다. 지나친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계속 꼽히는 공매도에 대해서는 정책 당국도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대응하려는 태세다. 하지만 공매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미디어펜은 총 3회에 걸쳐 공매도 논란의 흐름과 전망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새 정부 출범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은 제도를 손질하고 불법공매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공매도와의 전쟁’ 수준으로 강한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여기에는 당국에서 시장이 진짜로 원하는 본질을 회피하고 있다는 의심이 깔려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은 제도를 손질하고 불법공매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공매도와의 전쟁’ 수준으로 강한 대응에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사진=김상문 기자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상환기간에 대한 것이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그 종목을 빌려서 판 뒤 실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다시 사서 차익을 내는 매매 방식이다. 이때 한국 주식시장의 경우 개인들에겐 공매도 상환기간 ‘90일’이라는 제한이 주어진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들의 경우 협의에 따라 리볼빙이 계속 가능해 사실상 상환기간 제한이 없는 상태다. 개인 투자자(개미)들의 불만이 집중되는 곳도 바로 여기다. 상대적으로 자금이 두둑한 외인‧기관이 ‘무기한’이라는 막강한 조건까지 갖고서 공매도에 나서면 주가가 하방 압박을 받을 때 개인으로선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미국과 같은 수준의 형평성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금융당국 역시 '미국 등 선진국과의 제도 형평성을 고려했을 때' 개인 투자자들의 모든 바람을 다 들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상호 간의 입장 차이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상술한 상환기간 관련 이슈도 이미 의사는 전달됐지만 당국 측에선 난색을 표명한 바 있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 입장에선 여론을 모두 반영할 순 없는 것이 상당수 여론은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면서 “소위 말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고려해야 하는 당국 입장에선 난처한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공매도 문제의 제도적 측면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일 뿐 문제의 핵심은 한국 자본시장 내부의 ‘신뢰’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공매도 관련 불만은 아무리 제도를 수립해 둬도 누군가는 그 제도 위에서 군림하며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불신으로 수렴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아무리 제도를 개선해도 미온적인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금융당국이 적발한 주요 증권사들의 공매도 규정위반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나온 사례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코스피 대장주이자 ‘국민주식’이기도 한 삼성전자에 2552만주에 달하는 규정위반 공매도를 실행했다가 적발됐다.
삼성전자 주가의 앞자리 숫자가 바뀔 때마다 뉴스가 되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누군가는 뒤에서 무리한 공매도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많은 개미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증권업계 다른 고위 관계자는 “사실 공매도와 관련해선 사람들이 갖고 있는 오해도 많다”면서 “공매도가 주가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있지만 사실적인 근거는 빈약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미 존재하는 제도를 제대로만 이행했어도 없었을 불만이었지만 이번에도 드러났듯 제도가 의도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면서 “한국 증시의 공매도 문제는 서로 간의 신뢰 문제”라고 정리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